/현대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3분기 실적에 세타2GDI 등 일부 엔진 결함에 대한 품질 충당금 약 3조4000억원을 반영한다. 그동안 품질 문제가 제기된 해당 엔진에 대해 파격적인 충당금 반영을 결정하면서 정의현 현대·기아차 회장이 품질 논란에 대한 정공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세타2 엔진 추가 충당금 등 3조3600억원의 품질 비용을 반영한다. 전날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2조10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의 품질 비용을 각각 이번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현대·기아차의 세타2GDi 엔진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5년 이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서 엔진 소음과 시동꺼짐 현상 등이 발생하면서부터다. 2015년과 2017년 회사 측의 조사 결과 미국과 한국공장의 엔진 제조과정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시동꺼짐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리콜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세타2GDi 엔진 차량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2018년 3분기 4600억원(현대차 3000억원, 기아차 1600억원), 작년 3분기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 기아차 3100억원) 등 두차례에 걸쳐 세타2 GDi 엔진 리콜 관련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하지만 충당금 반영 이후 엔진 교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았고, 평생보증 충당금 산정시 반영한 차량 운행 기간(12.6년)을 현실적으로 재산정(19.5년)할 필요가 있어 추가 충당금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측은 "올 3분기에는 엔진 결함에 따른 리콜 등 품질과 관련한 비용이 예상보다 높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오는 2037년까지의 비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3조원 이상 충당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엔진 외에도 일부 고객 불만 사례가 접수되는 세타2 MPI·HEV, 감마, 누우 등 다른 엔진에 대해서도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선제적으로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소프트웨어(KSDS) 장착 캠페인 시행을 검토 중이며, 이에 대해서도 추가 충당금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3조원이 넘는 품질 비용은 현대기아차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해 왔다. 현대차는 코로나 여파에도 안정적인 내수 시장과 신차 효과 등으로 실적 기대감을 키워왔다.
현대·기아차는 19일 오후 주요 애널리스트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공식 실적 발표에 앞서 투자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