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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언제 또 문닫을지"…수원지역 번화가 '안도와 우려' 교차

권혁민 기자 ㅣ hm0712@chosun.com
등록 2020.10.12 21:02 / 수정 2020.10.12 21:30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첫날 인계동 상권 가보니

수원 인계동 소재 PC방 관리자용 '좌석 모니터' 모습/권혁민 기자

"글쎄요… 100석도 안찼는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첫날인 12일 저녁 7시께 경기 수원시 인계동 박스(BOX) 상권 내 PC방 매니저는 취재진의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 따른 변화'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박스 상권은 클럽과 유흥주점, 음식점, PC방, 노래방 및 숙박업소 등 750여개의 다중이용시설과 숙박업소가 밀집돼 있는 수원 최대 번화가이자 유흥가다.

이곳은 수도권 PC방 집합금지(8월16일~9월13일) 완화 후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이날은 미성년자 출입 등 완전 영업 재개를 시작했다.

매니저는 취재진에게 모니터를 가리켰다. "380석(거리두기로 기존 400석에서 20석 제외) 가운데 98석 찼네요. 저녁 7~8시가 피크 타임입니다. 코로나 전에 이 시간에는 기본 150석은 찼었는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 따라 노래방과 클럽 등 10종의 영업이 재개된 가운데 실제 영업주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계동 박스 상권을 찾았다. 업주들에게서 안도와 반색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지만, 언제 또 다시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지 몰라 걱정과 우려섞인 표정도 드러났다.

PC방 내부는 기존 들리던 이용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게임 소리만 울려 퍼졌다. 벽 곳곳에는 '대화금지'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복도와 화장실을 오가는 손님 가운데 잠시라도 마스크를 벗은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과 대화 중 손님이 들어오자 매니저는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손님의 마스크 착용여부와 온도를 체크했다. '이용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말아달라'고도 일일히 당부했다.

다만, 코로나 전인 정상적인 영업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매니저는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오기는 하는데 'PC방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겨 예전처럼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취재진에게 반문했다. 

약 2개월 만에 문을 연 노래방 내부는 적막감이 흘렀다/권혁민 기자

인근 노래방은 다소 적막감이 흘렀다.

수도권 노래방은 지난 8월16일 거리두기 2단계 상향 조정된지 약 2개월만인 12일 0시를 기해 문을 열게 됐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 15개의 룸은 텅 비어 있었고, 주방에는 정리되지 않은 박스 상자가 놓여 있었다. 룸 안에는 다소 쾌쾌한 냄새가 풍겼고, 입구에 놓여져 있는 상자에 대해 묻자 '마이크 위생커버'라고 설명했다. 손님 없는 노래방인데도 주인은 바삐 움직였다.

주인은 "일주일 뒤면 영업할 수 있겠지…했는데 벌써 2개월이 지났다"며 닦고 있던 과자 접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주인은 "오후부터 나와서 청소와 맥주 등을 정리하고 있다"며 "어쨋든 문을 열게 돼 다행"이라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다만 "언제 또 장사를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늘은 손님도 많지 않겠지만, 더 큰 문제는 알바생이 없다"고 했다. 그 동안 일거리를 기다리던 알바생들은 전단지와 택배 알바로 모두 떠났다. 최근까지 기다리던 1명도 그만뒀다고.

입구에는 방문자 작성명단과 손 소독제 2개를 배치해 방역에 대비했다. 

노래방 입구 계단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나자 주인은 손님을 기대하듯 그곳을 응시했다. 발걸음 소리가 윗층으로 멀어지자 주인의 손은 다시 집기류로 향했다. 

주인은 "이 동네는 '한 번 망한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손님들의 발걸음이 아예 끊긴다"며 "손님이 없어도 문을 닫아놓을 수만은 없다"고 호소했다.

인근 코인노래방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곳 역시 수도권 2단계 조치에 따라 8월16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문을 열었지만 방안에서 노랫소리가 제법 많이 흘러나왔다.

20대 주인은 "22개 방 중에 10개가 찼다"며 "(오늘은)학생들이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과 잠깐 대화를 나누는 사이 2명씩 3팀이 노래방에 입장했다. 주인은 손님들의 발열체크와 동시에 입장 QR코드를 안내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인은 "룸 안에서는 마스크 착용 여부를 알 수 없다"며 "그 동안 월세 등으로 힘들었다. 운영만 할 수 있다면 매출 부분은 만회할 수 있는데 언제 장사를 멈출지 알 수 없어 힘들다. 매일 코로나 확진자 뉴스를 챙겨 본다"고 말했다. 이어 "코인노래방이 위험하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거리두기 2단계을 종료하고 12일부터 거리두기 1단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서울과 경기도는 지난 8월16일 이후 57일만에, 이 밖에 전국은 8월23일 이후 50일 만에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다.

이로써 집합이 금지됐던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노래연습장, 뷔페 등 고위험시설 10종의 운영이 재개됐다. 콘서트와 전시회, 박람회 등도 다시 열리게 됐다.

12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1단계로 완화돼 유흥시설 중 하나인 서울의 한 클럽 관계자가 집합금지 안내문을 떼는 모습/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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