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소재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 조감도/GS칼텍스 제공
정유사들이 친환경 시대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 주유소를 기반으로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본업인 석유 제품 수요가 둔화되자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신사업으로 모빌리티 사업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소재의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수소충전소를 준공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수도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1000평 규모의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0월 이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데 이어 이번에 수소충전소 영업을 개시하면서 휘발유·경유·LPG·전기·수소까지 모두 공급 가능한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완성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8월부터 서울 송파구, 인천, 전북 전주, 울산 등 총 5개 주유소의 유휴 공간에 카카오 T 바이크 배터리 충전 시설설치·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도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개를 인수하고 주유소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수 후 현대오일뱅크의 전국 주유소는 2500여개로 SK에너지(3100여개) 다음으로 많은 주유소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의 일정 공간을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대여할 수 있는 셀프 스토리지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물류 및 대체연료 기반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또 쿠팡과 협업해 주유소 22곳을 로켓배송 거점으로 쓰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 기반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 '머핀'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주차, 세차, 발렛, 보험, 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에너지 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머핀’ 앱을 설치하면 SK에너지 주유소 200여곳에서 간편하게 주유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게 됐다. SK에너지는 연말까지 전국에 있는 주유소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 전경/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은 지난달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인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를 열었다. 기존 4개의 주유소·충전소를 약 3000평의 부지를 가진 초대형 주유소·충전소로 리모델링하고 셀프 주유기 10대와 LPG 충전기 4대를 갖춰 30여대의 차량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고객편의를 위해 대형편의점과 터널식 자동 세차기 2대를 운영 중이며, 화물차 주유 고객 및 세차 대기 고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도 마련돼 있다. 또 유동 차량이 많은 동선 상에서 세련된 외관 이미지 전달을 위해 친환경 재활용 자재, LED 조명 및 노란색과 녹색을 조화롭게 활용한 새로운 디자인의 '뉴 사이니지'를 적용했다.
에쓰오일은 파주 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의 넓은 부지를 활용해 미래 지향적이고 차별화된 부대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차량관리에 민감한 고객을 위한 손 세차 서비스와 화물차 전용 대형 세차기 및 차량관련 PB 상품 도입을 우선 검토 중이며, 넓은 부지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시설, 튜닝 특화 정비점 및 모바일 앱 기반 주유 세차 배달 등 새로운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의 하이웨이주유소에 국내 주유소로는 처음으로 스마트 무인편의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이 주유소는 IT 기술이 접목된 카페형 콘셉트로 주유소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정유사들은 기존 주유소를 활용, 전기차 충전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를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전기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190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 계획을 밝혔으며, GS칼텍스도 2022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160개 설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은 "충전속도가 빠른 50kW급 이상 급속 충전기는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2025년에도 전체 충전기의 2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증하는 전기차 고객을 주유소로 유치해 프리미엄 세차 등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