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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지난해 11월부터 약 10개월간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최종 무산됐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날 금호산업은 HDC현산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최대현 KDB산업은행 부행장은 "금호산업이 HDC현산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해 채권단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인수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이후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회의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채권단은 일단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영구채 8000억원의 주식 전환,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30.79%) 감자 등도 예상된다.
또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컨설팅을 할 때 자회사 매각 등도 검토할 것"이라며 "에어서울, 에어부산이라든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 여러 부분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금호고속에도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최 부행장은 "그룹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은 9월 말까지 1100억원, 연말까지 4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선 12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2800억원은 정밀 실사를 통해 검증한 후에 관리 및 처리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불발로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과 HDC현산 간 계약금 반환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지분율 30.77%)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급이 급증하자 현산은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채권단이 1조원 인수 대금 인하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으나 현산이 '12주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노딜'(인수 무산)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