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각사 제공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테슬라가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공급 순위 4위권인 현대차그룹이 퀀텀점프를 위한 힘을 키우고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와 연이은 회동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연합 전선을 구축해 '테슬라' 따라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전기차시장에서 전세계 4위인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 SK, LG 등 4대 그룹이 손잡고 전기차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남양연구소는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R&D(연구개발) 핵심 기지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사업 협력을 위해 만난 것은 지난 5월 13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5월에는 정 수석부회장과 경영진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두번째 회동으로 양 그룹 간 협력의 범위가 넓어지고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차례 만남을 통해 서로 협력할 분야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만나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선두 사업을 보유한 삼성, SK, LG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기차시장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테슬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외에 전장,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반도체 부문 선두 업체인 삼성과의 협업을 통해 초창기 스마트폰 못지않은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세계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세계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차세대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을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는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CATL은 미국 GM, 독일 폭스바겐·BMW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일본 도요타자동차와도 배터리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도요타와 배터리 동맹을 맺었다. 세계 최고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는 LG화학은 현대차부터 미국 포드, 폭스바겐, 중국 지리자동차 등 내로라하는 완성차가 모두 고객사다.
재계 관계자는 "모범적인 국내 대기업 간의 협력으로 브랜드 기업간 협엽을 통한 경쟁력을 극대화 하는 명품 자동차 사례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재계 총수들이 미래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시너지가 긍정적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