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꿈꾸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드라이빙센터를 조성해 한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독일의 10대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아우토슈타트' 등을 표방해 대규모 자동차 테마파크를 통해 자동차 산업 및 문화 저변을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자사 그룹을 한국의 대표적 기업으로서 홍보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 이는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제시하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준비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23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충남 태안군 태안기업도시에 건설 중인 첨단 주행시험장 내에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짓는다.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은 축구장 176개 크기인 126만㎡에 달한다. 총 길이가 4.6㎞에 달하는 고속주회로(고속으로 경사면을 도는 주행시험장)를 비롯해 다양한 노면의 시험장을 갖춘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행시험장의 거의 모든 시험로를 사용하며 추가로 주행체험 시설과 고객 전용 건물을 건설한다. 이 드라이빙센터는 2022년 상반기 개장할 예정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강조하고 있는 새로운 이동문화, 즉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고객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문화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차만 잘 만들어선 안 되고, 서비스와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고객 경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 모빌리티에 대한 경험을 확산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현대차는 매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모터 페스티벌’을 열고 있으며, 2014년엔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열었다. 2016년에는 현대차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지난해부터는 기아차와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이를 확대해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센터 및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이에 더해 지난달 22일 착공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의 GBC도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GBC는 그룹 통합사옥으로 사용될 105층 타워와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업무시설 등 5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전시(8층), 전시·컨벤션(6층), 공연·판매(9층), 업무·호텔(35층)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GBC가 문화공간과 마이스(MICE)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105층 타워는 통합 사옥임에도 불구하고 최상층 2개 층에 전망대를 설치한다. 지붕과 옆면이 투명하게 처리돼 서울시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신차 출시 행사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방문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GBC는 한국 대표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이 서울 시내 곳곳에 분산돼 있는 주요 계열사를 한곳에 집중시킨 신사옥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그룹 등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본사와 인근의 자동차 박물관 등을 홍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GBC도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브랜드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GBC는 오는 2026년 하반기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안의 드라이빙센터와 서울 GBC를 통해 한국판 '아우토슈타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독일어로 '자동차 도시'라는 뜻인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그룹 본사 옆의 일종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아우토슈타트는 현재 매년 200만명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독일 10대 관광지에 이름을 올릴 만큼 세계적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소비자들과 더 가까워지면서 복합문화 공간을 통해 한국의 관광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방법을 찾아 실현하고 있다"며 "현재의 자동차 등 제조회사는 단순한 제품의 판매를 넘어서 문화와 서비스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을 때 더 제품의 가치가 커지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GBC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