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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비대면 경마배팅' 카드 꺼낸 한국마사회의 현실부정?

김원태 기자 ㅣ kwt365@chosun.com
등록 2020.06.22 15:12

김원태 경기본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100여일 넘게 경마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말산업 종사자들 사이에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고 한다.

말생산 농민,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은 물론이고 경마시행과 관련된 부대산업 종사자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속수무책으로 생존을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마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된 후로 관련 종사자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청원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시대 경제살리기를 위해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행하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글과 유사한 내용의 청원이 세 건이나 올라와 있다.

제법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이 열거돼 있는 것을 보면, 일반 경마팬은 아닌 듯 보인다. 그렇다고 한국마사회 관계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분명한 건 경마산업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속앓이를 하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복심'을 꿰뚫고 있는 청원이다.

마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총체적 난국을 풀기위한 해법 중 하나로 '온라인 마권 발매'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마사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시행했던 온라인 마권발매제도가 2009년 7월20일 폐지됐다. 세계 1위의 IT인프라를 갖췄으면서도 '경마=도박'이라는 여론에 떠밀렸다고 마사회는 푸념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온라인 마권발매 부활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별다른 논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마사회는 최근 '언택트(Untact·비대면) 기조'에 편승해 고육책을 냈다. 기존 객장 내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마이카드' 제도의 활성화와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주차장 마권발매소를 개설해 비대면 마권 구입방식을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경주는 경마장 주로에서 시행하고, 온라인 중계와 마권 발매를 통해 경마팬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마사회의 이러한 '염원'을 헤아리는 국민청원 내용을 다시 들여다봤다.

"정책당국이 경마를 경륜, 경정과 같은 단순한 경주류와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심지어 사행성이 아주 높은 복권이나 카지노보다도 더 푸대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원글 첫 문장부터 불만을 토해냈다. "소가 웃을 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마가 (다른 사행성 산업에 비해)홀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앞에서 언급한 여타 기관들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혹여 '말이 웃을 일'이라고 냉소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청원에는 말 생산자를 포함해 경마(장) 운영에 관련된 대다수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 현황이 나열돼 있다. 바꿔 말하면, 경마 중단으로 인해 소요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그간 그 비용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경마장 운영을 위한 대부분의 재원은 결국 수많은 경마팬들의 고혈을 짜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지난 19일 '온라인 발매 시행 민원에 대한 답변'이란 제목으로 홈페이지 공지글을 띄웠다. 마지막 단락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신들과 궤를 같이하는 청원글을 참고해 달라는 사족을 붙였다. 참 다급했던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경마갈증에 목 마른 일부 골수팬의 호응을 이끌어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또 마사회의 비리, 부정 등을 고발하는 청원에도 응답하는 마사회의 전향적인 태도가 아쉽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국민청원 게시판 검색창에 '한국마사회'를 키워드로 입력하니, 마사회를 성토하는 청원글이 수두룩했다. 그 중에서도 '마사회 폐쇄'를 요구하는 글이 족히 10여건은 넘었다.
 
마사회가 아무리 '선진경마'를 외쳐도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로 주 수입원마저 끊긴 마사회다. 정작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탄식은 마사회의 속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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