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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재검토"…몸값 낮추기 전략?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20.06.10 11:52

"인수 가치 재점검 필요…재무 제표 자료 신뢰성 의심"
계약금 때문에 인수 포기 가능성 희박…몸값 낮추기 위한 협상 카드 전략

올해 초 HDC그룹 미래전략 워크숍에서 정몽규 회장이 임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HDC그룹 제공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질질 끌어오다,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 한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위협감이 작용했다는 해설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켠으로는 인수를 해도 단기에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최대한 몸값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위기가 쉽사리 풀리지 않으면 여행은 물론 항공산업이 가장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시기에 무리하게 인수해도 HDC현대산업개발 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몸값을 낮춰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켠에서는 포기설도 나오지만 계약금 10%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10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치의 재점검이 필요하고, 재무 상황에 대한 신뢰성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낮추기 위한 전면 재검토를 진행하려한다는 것과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이러한 입장문을 산업은행에 전달하면서, 유리한 인수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과 인수포기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관측 등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HDC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체결한 당시 인수가인 2조5000억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재산정을 원할 것이다. 지난해 말 인수계약 이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항공업계의 경영 위기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와 기업 가치는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지난해 기준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 7000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됐다고 파악했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전년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하는가 하면 자본총액은 올해 1분기말 기준 전년 반기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 경고등이 켜졌고 순손실도 8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HDC현산은 "3월 공시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수가 진행되는 과정에 추가 차입과 정관 변경, 계열사에 대한 지원 등 중요한 재무적 변화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만큼 HDC현산이 구주 가격 하락, 유상증자 발행가액 조정 등을 제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의 만기 연장,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 등에 대한 논의도 관측된다. 또한 HDC가 채권단과 합의하면 인수 마감시기를 6개월 연장해 올해 연말까지 늦출 수 있다는 계약서상의 조항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HDC현산과 컨소시엄을 꾸렸던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이탈한다면 HDC현산은 최소 5000억원의 금액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기 하는 수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완전자본잠식을 눈앞에 둔 부실기업인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경영여건도 좋지 않은 만큼 인수 계약 해지 사유가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친 후 재매각을 진행하거나 분리매각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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