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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삶에 작은 위로를 전하는 스님들의 극한 도전, 영화 ‘아홉 스님’

김정아 기자 ㅣ jungya@chosun.com
등록 2020.06.02 19:07

2019년 11월, 한국 불교 역사상 전례 없던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홉 명의 스님이 정진을 위해 90일간의 ‘천막 동안거(冬安居)’를 시작한 것이다. 불교에서 ‘안거(安居)’란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이다.

이미지=영화 ‘아홉 스님’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상황에 도전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담아낸다. 난방 기구 하나 없는 천막에서 아홉 명의 스님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옷 한 벌, 양치 이외 삭발이나 목욕 불가, 외부 접촉 불가, 묵언, 그리고 이를 어길 시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살벌한 일곱 가지의 규칙과 함께 90일의 참선을 시작한다.

이미지=영화 ‘아홉 스님’ 스틸컷

스님들은 이번 천막 동안거가 “알고서는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야 하는 극한 상황에 묵언 수행까지 더해진 상황은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앓는 소리마저 참아낸 스님들의 모습은 종교를 뛰어넘어 절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이미지=영화 ‘아홉 스님’ 스틸컷

스님들이 처한 극한 결핍의 상황은 모자란 것 투성이라고, 끝없는 불평을 늘어놓았던 우리의 삶이 실상은 얼마나 풍족한가를 깨닫게 한다. 또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매 순간 인내하며,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미지=영화 ‘아홉 스님’ 스틸컷

스님들의 위대한 도전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가 마냥 무거운 것은 아니다. 배고픔과 추위 등 동안거를 하며, 힘들었던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는 스님들의 모습은 한층 친근하게 다가와 빙긋 미소 짓게 하며, 묵언 수행을 하는 탓에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하루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는 공양마저 건너뛰었던 사건 등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모든 시련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90일을 보내는 스님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이미지=영화 ‘아홉 스님’ 스틸컷

영화 ‘아홉 스님’은 지난 27일 개봉해 벌써 누적 관객 1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요즘, 더 뭉클하게 다가올 스님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지금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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