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게임 질병 등재 두고 게임업계-의학계 갈등 점입가경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6.11 17:10

게임업계 "과학적 근거 없다"vs 의학계 "무모한 비방 중단하라"
게임개발자협회 성명서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5개 의학회 맞불 성명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의 질병 분류 등재를 두고 게임업계와 의학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사용장애 진단 등재한 것을 두고 게임업계가 "과학적 근거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의학계가 "무모한 비방을 중단하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개발자 모임인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전날 WHO의 게임사용장애 질병 분류의 국내 도입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인과요인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섣부른 국내 도입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임개발자협회는 "우리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관련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게임 행위와 중독간 인과요인의 분석에 대한 의약학 연구 이외에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게임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은 좋은 것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원인'이라는 중독정신 의학계의 해괴한 논리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전체 국민 중 67%가 이용하는 게임의 사회 공익적인 측면에 대해 공감한다. 게임 개발자 및 종사자들은 게임의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게임 제작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학계의 포괄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는 꼬집었다. 협회는 "미국, 한국, 일본 대표 모두 입을 모아 진단 기준에 대한 우려와 후속적인 추가 연구의 지속성을 언급했다"며 "WHO 내부에서도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 우려하는 연구 자료의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협회는 또 "우리는 정신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게임 개발자, 종사자들이지만 우리는 게임의 장르, 플랫폼, 이용 대상에 따라 다양한 게임플레이 패턴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이용 형태도 다양한 특성의 분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게임 분야의 전문가"라며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WHO 총회의 결정이라는 거대한 권위 뒤편에 서서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은채 그럴듯한 학술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공허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국내 5개 의학회도 성명서를 통해 즉각 반발에 나섰다. 5개 의학회는 “WHO 회원국 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체계(ICD) 11판’이 만장일치로 승인된 것을 지지한다”며 “소모적 공방을 멈추고 국내 적용 절차를 차분히 진행하자”고 촉구했다.

이들 5개 의학회는 “게임사용장애가 질병으로 등재된다고 대다수의 건강한 게임사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 찍는 것이 아니다"라며 "WHO 결정은 50여개의 장기 추적연구와 1000여편의 뇌기능연구 등 확고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 WHO의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무모한 비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WHO 결정은 새로운 건강문제에 대한 진단체계 등재가 본질인데 게임업계와 일부 정부 부처 등에서 본질과 무관한 게임과 게임산업 가치 찬반의 흑백논리로 몰고 있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행위 중독으로서 게임사용장애는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정신행동장애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대다수 건강한 게임사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 찍는 것은 아니다”라며 “게임사용장애는 도박장애, 알코올사용장애와 같이 뇌속 도파민 회로의 기능 이상을 동반하며 일상생활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실제 존재하는 질병상태이므로 효과적인 건강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국민 건강을 최우선시해야 할 정부 부처가 게임업계 이익을 더 대변하고,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에 대해 몰이해를 드러내는 점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WHO는 ICD 제11판을 승인하면서 정신건강 영역에 ‘행위중독’ 분야를 포함하고, 그 안에 게임사용장애를 첫 등재했다. 새로 등재된 질병코드는 2022년 1월부터 발효된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