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로 바뀔듯, 값 기준에서 종량 기준으로 바뀌어
맥주업계 "환영", 소주업계 "전면개편 난색"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수입맥주들이 균일가로 판매되고 있다. 맥주의 종량세 주세 개편으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에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며 국내 맥주 업계가 제기한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사진=조은주 기자
그동안 국내맥주와 해외맥주의 조세기준이 달라서 수입맥주가 상대적으로 싸게 판매되면서 국내맥주회사와 해외사의 역차별 논란이 거셌다. 정부는 이 같은 역차별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현실을 반영한 주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4일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 세금이 종량세로 전환되도 수입맥주의 '4캔 1만원' 구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일부 저가 수입맥주는 세금이 높아지는 반면 고가 맥주의 세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맥주 종량세 우선 적용' 주세법 개편방안은 50년 묵은 종가세 체계가 단계적인 종량세 전환으로 가는 분위기다.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주류 ‘종가세(從價稅)’ 체계에서 내년부터 맥주와 막걸리가 우선적으로 술의 양을 세금 기준으로 삼는 ‘종량세(從量稅)’로 전환될 전망이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종가세 체계에서 일었던 국산과 수입 맥주 간 세금차별 시비가 상당부분 사라지고, 서민이 주로 찾는 소주 가격도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정부의 연구 의뢰를 받은 조세재정연구원은 ‘주류 과세체계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 △맥주ㆍ막걸리만 종량세로 전환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ㆍ막걸리 외 주종은 시행시기 유예 등의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조세연이 이날 제시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공통 사항은 맥주의 종량세 우선 전환이다. 소비자가 내는 세금 인상 없이 조세중립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주세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가 우선 맥주ㆍ막걸리를 종량세로 전환한 뒤 소주ㆍ위스키 등의 세금은 추후 논의하는 2안 또는 3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조세연 제시안을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주세법 개정안을 담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국산맥주는 1L당 856원, 수입맥주는 764.52원의 주세가 매겨진다. 수입맥주에는 홍보ㆍ마케팅비를 뺀 과세표준이 적용되는 탓에 세금이 더 싸고 소비자가격도 그만큼 저렴했다.
이날 조세연은 출고량을 감안해 두 값을 평균한 1L당 840.62원을 맥주에 대한 새 종량세율로 제시했다.
이 제시안이 향후 정부안으로 확정되면 국산맥주에 붙는 세금은 1.8% 줄고, 수입맥주는 9.96% 늘어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막걸리에 대한 새 종량세금은 현재 세금 수준인 1L당 40.44원으로 제시됐다.
소규모 맥주업체의 주세 납부세액은 지금보다 13.8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맥주 용기마다의 가격 차이로 출고가가 다소 낮은 생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세금이 크게 인상될 수 있다.
반면 오비맥주 등 국내 3사의 캔맥주에 붙는 세금은 기존(1L당 1,182.99원)보다 342.37원 낮아져 캔맥주값은 크게 내릴 수 있다.
서울시내 편의점/사진=조은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세로는 종량세가 더 적합하다”고 권고하는 것도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술값에 반영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종수 무학 사장은 “맥주에만 논의되던 종량세 전환이 전 주종으로 확대되면 50년간 지속되던 산업 구조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며 “소주에 대한 종량세 개편은 이에 대한 파급력이 조금 더 연구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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