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5월 22일 서울 광화문 일대 한 호텔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면담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미중 통상전쟁으로 인한 화웨이 난제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경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투자와 일자리창출 등 경영보폭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찰 수사 등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최근 위기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경영 선언 26주년을 맞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시계'가 멈춰선 분위기라는 것이다.
3일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변수이지만 판결이후에도 삼바 등 상황이 종결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신성장동력 확보 등 사업보다는 사실상 재판 등 외적인 변수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내부든 외부든 가장 큰 악재로 바라보는 것은 '검찰 수사'다. 특히 그동안 관계사로 향했던 검찰의 화살이 삼성전자 수뇌부를 정조준하는 형국이다.
삼바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부사장 2명이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오는 4일에도 다른 2명의 부사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총괄하는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 조직이어서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 삼성전자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수사는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와 얽혀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어 또다시 '총수 부재'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재벌개혁' 의지를 재차 천명하면서 이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적극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의 버팀목으로 불리웠던 반도체 산업마저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악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달 가파른 하강곡선을 이어갔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렸던 갤럭시폴드의 출시는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연기됐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올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연초의 낙관론 마저도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이라 예측에 무게가 쏠린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압박에 따른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신세'도 어려운 삼성전자에 또다른 불확실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거래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대한 D램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에 이어 무선기술 및 반도체기술 표준을 정하는 와이파이 연맹, 제덱(JEDC) 등의 관계중단 선언으로 사실상 화웨이는 고립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도 비자발적으로 D램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삼성에겐 위기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만들고 있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현지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물리면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오히려 경영보폭을 넓히며 '재계 1위' 그룹 총수로서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작년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및 고용 계획과 최근 마련한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투자 계획의 차질없는 추진을 당부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애쓰고 있다.
글로벌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 방문했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면담에 이어 이달 첫 공개 일정으로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공조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선대 회장때부터 이어져온 '위기 때 더 과감한 투자로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을 재확인 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버팀목으로 불리는 삼성이 경제의 위기때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에이스로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