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래싸움에 낀 韓…화웨이 퇴출 요구에 LGU+ '곤혹'

    입력 : 2019.05.27 09:17

    미 동맹국 일부 발맞춰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동참 결정
    LG유플러스 "화웨이 내년까지 5G망에 공급할 물량 미리 확보"


    조선DB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한국이 미·중 무역갈등에 난처한 상황을 겪고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도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또 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조치에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면서 한국이 미·중 무역갈등에 다시 휘말리는 모양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올린 미국이 한국에도 거래 제한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전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도 "화웨이 제품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무역협상 테이블을 떠나는 것보다 10배는 더 중요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 동맹국 일부는 미국의 요구에 발맞춰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동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영국 이동통신회사인 EE와 보다폰도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중단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KDDI, NTT도코모는 물론 전자제품 업체인 도시바도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온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에 한해 화웨이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망 구축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가 내년까지 5G망에 공급할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며 "그 이후에도 자체 개발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는데, LG유플러스 외에도 이들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안이 미국과 중국간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한국이 피해를 본 사드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16년 7월 한국에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는데, 이를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중국이 한국에 보복조치를 한 바 있다.


    미국의 속내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5G를 선도하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인증받지 않고 전산망에 들어가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설치했다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기밀을 탈취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표면상으로는 안보위협을 걱정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 기술을 선도하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앞서 통신업계의 다른 거물 기업인 중국의 ZTE(중싱통신)도 화웨이, 푸젠진화처럼 미 상무부의 수출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라 제재를 받았다. 다만 ZTE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에 10억달러 벌금을 내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폐업을 모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