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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변제기간 3년으로 단축, 모든 채무자에 소급 적용해야"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5.14 13:21

/참여연대 제공

지난해 개인회생 변제기간 상한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으나, 법 시행 전후에 인가된 채무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형평성에 맞도록 법 시행 이전에 신청, 인가된 개인회생에 대해서도 3년으로 소급 적용할 수 있는 일부개정법률안이 입법 청원됐다.

14일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2017년 개정된 채무자회생법의 부칙 개정을 통해, 동법 시행 이전에 신청한 회생신청 건이라도 면책 또는 폐지되어 종료되지 않았다면 변제기간 상한을 3년으로 하는 개정 내용이 적용되도록 하는 일명 ‘채무자회생법 부칙개정안’의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자금순환 기준 1789조9000억원, 가계신용 기준 1534조6000억원이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 비율은 무려 162.7% 에 달하고 있다"며 "취약차주의 부채규모 역시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다. 이와 같이 과중한 규모에 더해 구조와 질 또한 악화되고 있는 가계부채는 우리 사회 경제시스템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빚 내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주거, 의료, 교육 등 사회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채무불능에 빠진 채무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정리하고 신속히 생산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제도 정비 등 채무조정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회생절차의 입법적 모델인 미국 파산법은 지난 1978년부터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하였고, 3년 이상의 변제기간을 정한 채무조정제도를 사실상의 노예제도로 여겨왔다. 일본 민사재생법(제229조) 역시 1999년 제정 이래 개인재생(회생) 변제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05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은 제정 이래 개인회생 변제기간의 상한을 5년으로 유지하다가,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3년으로 단축했다. 이는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단축해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회생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경과 규정의 미비로 인해 회생신청·인가 시점이 법 시행 전·후 중 언제인가에 따라 간발의 차이로 회생변제기간이 크게 달라지는 등 채무자 사이의 심각한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지침을 통해 법시행 전 접수된 인가 전 사건 및 인가 후 사건 전부에 대하여도 변제기간 3년 단축을 허용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법원이 채권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법 개정 시행 전 변제계획안 인가된 사건의 변제기간 상한 단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 서울회생법원은 해당 업무 지침을 다시 폐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노동팀장은 "서울회생법원이 해당 업무 지침을 폐기한 것은 입법취지를 훼손한 대법원의 결정이 회생법원의 후퇴를 초래한 것"이라며 "게다가 서울회생법원의 변경인가 결정에 적극적으로 항고한 채권자들이 주로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자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추심전문업자의 신뢰를 보호할 이익이 채무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위한 변제기간 단축의 이익보다 우선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관계자는 "최근 7천만원의 채무로 인해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던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급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해 월 80만원의 상환금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됐다"며 "석달 연체 시 개인회생이 폐지되는데다, 변제계획안 변경이나 특별면책제도 등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있거나 까다롭게 진행되는 현실이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5년→3년) 개정의 취지 살리고, 경과 규정 미비로 인한 채무자 간 심각한 형평성 문제 해결하기 위해 채무자회생법 부칙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는 이를 통해 개정법률 시행 전의 사건에 대해서도 변제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개인회생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법원이 회생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위해 6개월, 1년, 3년 등 다양한 변제계획을 인정하도록 하는 활동 또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 연대회의 관계자는 "채무불이행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님에도, 채무불이행에 대한 많은 책임을 채무자에게 전가해왔다"며 "개인회생·파산면책과 같은 공적 채무조정제도가 있지만, 법원은 채권자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보수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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