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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석대변인' 그렇게 화나? 물타기 그만

이승재 기자 ㅣ ministro0714@chosun.com
등록 2019.03.13 18:06 / 수정 2019.03.27 13:22

[앵커]
어제 오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로 국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청와대와 야당은 나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편만 든다는 취지의 발언에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이승재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검색어에도 오른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짚어보죠. 나 대표가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한 건가요?


[기자]
나 원내대표는 어제 있었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부대표,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했습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현 정권에 대해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이란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라고 말해 이미 분위기가 상당히 과열돼 있었는데요.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발언에 폭발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 말은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그렇다고 말한 게 아니라 ‘이런 말이 나오고 있으니 더 이상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물론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문 대통령의 현재 행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봐도 무방하겠지만 실제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사실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9월26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서 사용한 말입니다. 블룸버그 보도의 제목을 보시면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이라고 써있습니다. 해석하자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노릇을 한다’는 건데요.


기사 본문에서도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칭송하는 사실상의 대변인을 뒀다. 바로 문 대통령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이를 인용한 거죠.


[앵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대부분 나경원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제목으로 써있어 나 원내대표가 직접 문 대통령을 그렇게 불렀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보이는데요. 그건 아니군요?


여당은 국가원수 모독죄를 묻겠다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힌 상태죠?


[기자]
네, 하지만 나 원내대표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언급한 것도 아니고 왜 지난해 9월 직접적으로 수석대변인이라고 언급한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왔을 때는 가만히 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 땅박이, 2MB" 등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2013년 12월엔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의 수위로 보면 훨씬 강력하고 직접적이어 보이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외신에서 처음 나온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말에 대해 틀린 말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요?


[기자]
3월 첫째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1%p 하락하며 46.3%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부정평가는 46.8%로 2.4%p 올라가며 긍정평가를 앞질렀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중국에 아무 말도 못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약화되는 모습이 보이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도 겹치며 전반적으로 여론이 안 좋아진 겁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하나만으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려 했을 때마저도 북한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드러내는 여론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아끼는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과거 민주당이 대통령을 모욕했다 해서 지금 정권도 똑같이 비하해도 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애초에 외국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데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8단어가 채 끝나기도 전에 국회 뒤집어 엎고 처리할 사안이 많은데 그거 다 뒷전으로 미뤄두는 건 분명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더 잘하고 있다 이런 말이 아닙니다. 한국당 지지율이 30%까지 반등했는데 이게 꼭 한국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반사이익을 본 것이라 봅니다. 이상한 걸로 꼬투리 좀 그만 잡고 국민과 국제사회 목소리를 듣길 바랍니다.


[앵커]
어렵게 문을 연 3월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파행분위기입니다. 처리할 사안이 산더미인데 정파싸움에 집중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승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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