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공무원, '가상현실'로 출근한다

    입력 : 2018.07.16 17:27


    [앵커]
    지역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계획을 짜는 공무원들은 책상에만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도 있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제약이 많은데다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모든 장소를 다 돌아볼 수는 없는데요.


    첨단기술의 장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이 문제를 가상현실을 통해서 해결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이승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이승재 기자,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가상현실 출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기자]
    싱가포르 국토를 3차원으로 본뜬 '가상 싱가포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건데요.


    예를 들면, 컴퓨터 모니터 속에 나타난 가상 공원에 '눈' 모양을 클릭하면 공원의 풍경이 나옵니다.


    '그림자' 모양 버튼을 누르면 시간대마다 공원 시설물의 그늘이 어떤 방향으로 드리우는지가 나오고, 공원 주변 지역의 유동 인구는 규모에 따라 색깔별로 표시가 됩니다.


    공무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변 아파트 단지의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설계도에서 지우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벤치를 늘렸습니다.


    [앵커]
    직접 가지 않아도 화면을 통해서 모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런데 공원에만 한정되는 건가요?


    [기자]
    가상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국토 전체를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사업입니다.


    드론·인공위성·센서를 동원해 얻은 정보에 정부가 축적해둔 도시의 데이터를 입힌 건데요.


    지난 2015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해 총 7300만달러가 들어갔고, 올해 완성됐습니다.


    [앵커]
    한 마디로 나라 전체를 화면에 옮겨 놓은 거잖아요?


    그 데이터를 드론과 인공위성 등을 통해 수집했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센서는 뭔가요?


    [기자]
    지역의 밝기, 움직임, 소음, 습도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센서입니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2년간 전국의 초·중학교 학생을 동원해 도시의 정밀데이터를 수집했는데요.


    196개 학교의 5만여명의 학생들이 매일 소형 카메라 크기의 센서를 4~8주간 목에 걸고 다니며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가 어떻게 가상현실로 구현이 되는 건가요?


    [기자]
    축적한 데이터를 도시 모형 위에 얇은 막처럼 차곡차곡 입히는 겁니다.


    지형의 높낮이를 비롯해 범죄 발생 구역, 버스 노선과 같은 정보들이 각각의 층이 되는데요.


    이렇게 완성된 도시 모형 위에 '지형 높낮이'와 '교통사고 구역' 정보만 입히면 두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손쉽게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가상 싱가포르는 2년마다 정보를 대규모로 업데이트합니다.


    [앵커]
    가상 싱가포르는 국토 전체를 가상현실로 구현한 대규모 프로젝트잖아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 그만큼 편리할 거 같은데 다른 나라에서 도입할 계획은 없나요?


    [기자]
    실제로 가상 도시 바람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빠당 빠리아만시는 지난 9일 가상 싱가포르를 구축한 ‘다쏘시스템’과 협약을 맺고 가상 도시를 구현하기로 했고요.


    중국 남서쪽 구이저우성 구이양시는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2020년까지 1만㎞가 넘는 고속도로와 4000㎞가 넘는 철길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기자]
    한국은 2008년 전후로 스마트시티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이런 소프트웨어 차원의 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네, 언젠간 우리나라도 이런 기술을 도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