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우리는 그 보물섬에 도달할 수 있을까?

  • 김성중 (주)넥스톰 대표이사/중소벤처기업부 외래교수

    입력 : 2018.06.14 10:43

    김성중 (주)넥스톰 대표이사/중소벤처기업부 외래교수

    온 세상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유행어처럼 우리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하는 보편적 주제가 되었다. 스마트팩토리는 그 중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핵심 어젠다로서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누구나 적용을 고심해야 할 핵심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제조업이 선진국들에 뒤지지 않도록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5년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추진하여 왔으며, 현 정부 들어서는 2022년까지 2만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렇듯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현장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다양한 업종의 산업현장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온 필자로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 일선 현장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다 보면 정책데스크에서는 볼 수 없는 여러가지 문제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형식의 현재 스마트팩토리 사업추진 방식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팩토리를 너무 결과 지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를 얘기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내용이다. 여러 학자들의 입을 빌어 인공지능이 제조현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또 어떤 첨단 기술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등의 논의가 왕성하다. 그러하니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선도적으로 검토하는 상당수의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과 실행 방안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생산현장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 '인공지능과 로봇을 도입해서 구현한 스마트팩토리가 공장에 그리고 경영성과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필요성에서 출발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고민이 아닌, 기술적인 결과로서의 스마트팩토리의 멋진 모습만을 지향하여 접근한다면 이는 주객 전도라 할 것이며, 현실적인 스마트팩토리의 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둘째, 스마트팩토리 도입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의 관점에만 특별히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적으로 구축된 스마트팩토리는 품질 향상, 스크랩 감소, 수율 향상, 가동율 개선 등의 정량적인 효율개선을 이루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량적인 효율개선은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공장자동화 수준에서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던 것들이다. 최신의 첨단 기술들이 상호 융합하게 되는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자동화 수준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각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로 나타나게 될 정성적인 효과와 같은 것 들이다. 예를 들어, 제품불량으로 발생되는 고객의 불만과 개선요구에 대해 기업이 정확하고 빠른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실행하여 대응함으로써 기업의 신뢰를 키워 나간다면 기업이미지 향상은 물론 수주 및 매출의 증대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내의 여러 문제현상과 그에 관련한 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한다.


    셋째, 위의 두 가지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 현장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느 누구보다도 기업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는 각 기업이 그 동안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영역에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므로, 각 기업의 공장 담당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현장 전문가는 공장 담당자들의 언어와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다양한 ICT 기술을 이용한 더 나은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공장 담당자들이 그 동안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컨설팅 능력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최신 ICT 기술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모두 보유한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스마트팩토리 구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로 인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기업은 실패에 대한 경험과 구축효과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며, 스마트팩토리를 새롭게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스마트팩토리 적용을 주저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필자가 위에 언급한 문제점들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국내에 건강한 스마트팩토리 생태계를 이루어 낼 수 있게 된다면 이후에 세계 시장에서도 그러한 지식과 경험은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스마트팩토리 선두주자들이 국내 제조시장으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겐 최고의 위기이자 곧 기회인 것이다.


    모든 기업은 이 순간에도 성공이라고 하는 보물섬에 도달하기 위해 거친 파도와 싸우고,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그러한 기업이 정확히 보물섬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주는 지도와 나침반이기도 하며, 순풍과 역풍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돛이기도 하다. 만약 지도와 나침반이 없이, 찢어진 돛을 달고 항해를 한다면, 과연 그 보물섬에 끝내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위기속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한 국내 스마트팩토리 산업이 올바른 방향과 속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필자 또한 주어진 자리와 역할에서 막중한 소임을 다할 것임을 다짐한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