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5.31 18:07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사람(人)이 빠진 암울한 4차 산업혁명"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원칙에 따라 소비에트 연방에서의 노동은 장애가 없는 모든 시민들의 의무이자 명예였다. 이 원칙은 능력에 따른 생산, 노동에 따른 분배라는 공산주의 원칙을 말한다. 이는 직접 생산적 활동을 하는 개인들만이 그에 합당한 소비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표현은 노동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돈을 굴려 막대한 자산을 축적해가는 자본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노동만이 사회 이윤의 원천이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발생하게 될 변화는 이것인데, 앞으로 노동자를 구매하여 그 노동력을 착취하는 자본가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부려먹는 자본가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자본가에게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사라진다니, 그토록 꿈꿔오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멋진 합체를 이루는 유토피아 세상이 온다는 것일까? 미안하지만 이제 음식은 노동자 아닌 로봇이 먹어야 할 판이다.
이제, 일할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는 소비에트의 헌법을 피해 갈 수 없다. 영악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약점을 이미 파악하였다. 일할 의지는 넘치지만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점을 노동자들과 소비에트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파렴치한으로 몰려 욕을 먹어온 자본가들의 대대적인 복수극이 시작되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노예의 출현이다. 이제는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할 세상이 오고 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굳이 비싼 인건비를 들여서 오류투성이고 게을러빠지고 불만투성이인 인간을 고용해야 맞는 것일까? 로봇들은 파업을 하거나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일을 빼앗긴 잉여 인간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이 현재진행 중인데,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자본가들은 AI, 즉 인공지능으로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잉여 노동력이 발생하여 젊은이들이 설자리가 없을 것이기에 자본가들은 빅 데이터와 가상현실(VR) 및 설득기술을 이용하여 인구의 상당수를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앱의 노예로 만들어 버릴 것이며, 중독된 젊은이들은 강제가 아닌 스스로 가상현실이 제공해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 자발적으로 노예화될 것이다.
농담 삼아, 데이터만 무제한 공짜로 제공해준다면, 국적(國籍)이라도 바꾸겠다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마냥 무지갯빛 4차 산업혁명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혹시 자신이 자발적인 노예화의 길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더 이상 노동력의 원천이 아니다. 거수하는 노예로 전락한 잉여일 뿐. 제 4차 산업혁명은 부르주아 계급마저 제외된 자본만의 단독 혁명으로, 사람(人)이 빠진 암울한 산업혁명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으라. 인간이 추구하는 두 가지의 가장 숭고한 가치는 진리와 자유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