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파워블로거'보다 영상찍는 '인플루언서'

    입력 : 2018.05.23 09:46

    유튜브·인스타 기반 젊은층 인기… 유통업체들 마케팅에 활용 나서


    "세척 사과라 그냥 먹어도 된대요. 아침에 먹는 사과가 꿀사과예요."


    온라인 방송 진행자 고말숙(본명 장하늘)씨가 사과를 맛있게 한입 베어 물자 방송 채팅창에는 곧바로 "추석 선물 결정" "이미 두 박스 주문했어요" 등의 시청자 반응이 올라왔다. 현대H몰이 지난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동영상 리뷰 코너 '히든박스'에 올라온 장면이다. 고씨의 표정과 탄성 하나하나에도 시청자들은 "사과를 사고 싶다"는 글을 채팅창에 올렸다. 고씨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팔로어 40만명 이상을 거느린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인플루언서란 인터넷TV나 유튜브·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팔로어 수십만을 거느린 SNS(소셜미디어) 유명인을 뜻한다. 고씨가 영상을 올렸던 더허브스킨의 크레이지화이트 크림은 '말숙이 크림'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인플루언서' 고말숙씨가 현대H몰에서 판매하는 곤약젤리를 맛보는 영상(왼쪽 사진). 시청자들은 고씨가 곤약젤리를 먹는 모습을 보며 채팅창을 통해 제품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2일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에서 인플루언서 이지연씨가 맞춤 제작한 원피스를 손님에게 설명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씨가 만든 옷이 매장에서 판매되자 팔로어 수백명이 백화점을 찾았다. /현대H몰·장련성 객원기자


    2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2층 팝업스토어(한시 운영 매장) '우주미녀'에는 인플루언서인 매장 운영자 이지연씨의 팔로어 수십명이 몰렸다. 이씨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의류를 직접 입어 보고 구매할 기회가 생기자 팔로어들이 백화점을 찾은 것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우주미녀를 찾은 손님 대부분이 평소에는 백화점에 잘 오지 않는 20대층"이라며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통해 젊은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블로그보다 동영상"… 파워블로거 대신 인플루언서 찾는 유통 업체


    유통업계가 인플루언서 잡기에 나섰다. 그동안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카페에서 영향력이 있는 '파워블로거'를 활용한 마케팅을 벌여 오던 유통업계는 최근 유튜브·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로 방향을 틀었다.


    파워블로거와 인플루언서 모두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활동 방식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파워블로거는 사진과 짧은 글을 주로 올리지만, 인플루언서는 동영상을 촬영해 올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파워블로거는 제품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실제 화장품을 시연해 보고 그 과정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선 인플루언서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인플루언서가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이후다. 에미레이트항공은 2016년 유튜브 인기 스타인 케이시 네이스탯(미국)에게 1등석 항공권을 제공하며 "솔직한 사용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 달라"고만 부탁했다. 네이스탯은 퍼스트클래스의 좌석과 식사, 부대 편의 시설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렸고, 이 영상을 전 세계 5200만명이 시청했다. 에미레이트항공 측은 "1등석 항공권 하나로 50억원대 모델이 출연한 광고의 9배 효과를 봤다"고 했다. 미국의 마케팅 업체 미디어킥스에 따르면 2016년 인스타그램을 통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는 1조800억원이었지만, 2019년엔 2배인 2조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은 지난해 11월 인플루언서 '윤짜미'와 화장품 시연기를 담은 동영상 3편을 내놓았다. 조회 수는 20만회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 인플루언서 '이사배'를 초청해 실시간 라이브 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사배의 팔로어는 170만명이다. 홈쇼핑 업계에선 인플루언서를 쇼호스트로 방송에 출연시키기도 했다.


    ◇"젊은 소비자 잡으려면 인플루언서 잡아야"


    기업이 파워블로거보다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인플루언서의 팔로어 연령대가 더 젊다는 점도 있다. 30~50대층은 파워블로거에 익숙하지만, 10~30대는 인플루언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파워블로거 마케팅비 지출은 점점 줄이고, 인플루언서는 반대로 점점 늘리는 추세"라며 "40~50대가 주로 구매하는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 등에서만 파워블로거 마케팅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를 연예인처럼 관리하는 소속사도 등장했다. 작년 설립된 인플루언서 관리 회사인 스타일디(D)의 진솔 대표는 "패션·뷰티뿐 아니라 음식 방송, 다이어트 방송 등을 통한 마케팅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