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직구 시대... 아마존·알리바바 가장 많이 샀다

    입력 : 2018.05.23 09:32

    1분기 12조원 매입 사상 최대… 작년 4분기보다 45% 증가


    여윳돈을 국내 주식과 펀드에만 투자하던 회사원 박윤정(30)씨는 지난달 증권사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중국의 한 제약회사 주식을 100만원어치 샀다. 회사 동료가 이 회사 주식을 1년 전에 사서 50% 가까운 수익을 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증권사 앱에서 해외 거래 승인을 받고 주식을 주문하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박씨는 "해외 주식 사려면 수수료도 많이 내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주문 절차가 간편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해외 주식 투자 역대 최대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나라 밖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2016년 4분기(10~12월) 이후 증가 폭이 꾸준히 늘어나던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올해 1분기(1~3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올해 1분기 해외 주식 110억5000만달러(약 12조원·결제금액 기준)어치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보다 45% 증가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미국 대표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었다. 올 1분기에만 5억5000만달러(약 6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밖에 중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알리바바가 2014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그룹ADR(주식예탁증서)'(5억1200만달러)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3억7100만달러),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2억9800만달러)와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2억2900만달러) 등도 해외 주식 상위 투자 종목 10개에 이름을 올렸다.


    특정 종목을 고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는 인덱스 펀드처럼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 움직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큰 인기를 끌었다. 'CHINA AMC CSI 300 INDEX ETF'(3억4200만달러), 'iShares Exponential Technologies ETF'(2억600만달러) 등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ETF였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1분기 전 세계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가장 많은 67억달러(약 7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이어 홍콩(17억5000만달러), 일본(7억3000만달러), 중국(5억5000만달러) 순이었다. 지난해 2억달러 수준이던 베트남 주식 투자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3억2000만달러(약 3500억원)로 급증했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성이 큰 중국, 베트남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저금리가 이어지는데 글로벌 경기는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률 높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에 유의해야


    요즘은 해외 주식 투자를 위한 전용 계좌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 증권사 종합계좌에서 온라인이나 유선으로 '해외 주식 거래 이용 신청'만 하면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 그런데 증권사마다 투자할 수 있는 나라가 다르다. 미국·홍콩·중국 등 주식 거래가 활발한 곳은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 온라인 시스템으로 쉽게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유럽 국가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여전히 지점에 나가거나 전화로만 주문이 가능한 증권사가 많다. 최근엔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식 거래 서비스 가능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증권(대만·베트남·벨기에·네덜란드·포르투갈), NH투자증권(호주·인도네시아·베트남), 신한금융투자(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식 투자를 할 때는 환율 변동에 유의해야 한다. 투자 대상국 현지 통화로 주식을 사야 하는데, 해당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 주가가 크게 올라도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최근 달러 강세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통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는 신흥국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글로벌 정치 변수와 각종 과세 제도도 해외 주식 투자 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