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가치와 미래

  • 이미영 한국그린문학 대표

    입력 : 2018.05.11 16:06

    이미영 한국그린문학 대표

    "가끔 아이들이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을 통해 그냥 먹어도 된다고 알고 있지만 선뜻 아이들에게 "응"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이어진 수돗물에 대한 신뢰성 문제 아닐까요."


    수돗물 사용은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국민의 권리다. 우리나라는 물에 대한 기본권을 헌법을 통해 명확하게 수립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7.7%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활하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발표된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만족하지만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비율은 낮고, 대부분 음식을 조리하거나 차를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 국민 대부분(92.6%)은 수돗물에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수돗물을 그냥 식수로 사용하는 음용률(7.2%)은 아직 크게 부족한 모습이다.


    아이가 있는 엄마 입장에서 물은 아이들 건강에 직결된 만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결국 수돗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부족함에서 나온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수돗물에 대한 정보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얼마전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문제로 지자체와 환경단체의 충돌이 있었다. 결국 이러한 부정적인 수돗물 이슈 노출은 수돗물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가 수돗물 음용률에 미치는 사례는 해외 국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해외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비율이 미국 56%, 일본 52%, 캐나다 47% 등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높았다.


    최근 케이블에서 방영되어 화제가 된 프로그램에서 이와 같은 모습이 잘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핀란드에서 온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받아서 그대로 먹고 여행을 나서기 전에 물을 받아서 나가는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분명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면 이와 같은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주변에 수돗물을 그냥 먹는 사람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수돗물이 이렇게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수돗물에 대한 홍보에는 소홀했다는 의미다.


    수돗물에 대해 갈 길은 멀다. 우선 수돗물 인식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돗물 관련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알리는 일이 먼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 정보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물의 안전함과 사용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어 동기부여가 어렵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수돗물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수돗물의 홍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주체들과의 파트너십 구축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점차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변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몸에 좋은 수돗물을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왜 똑같은 수돗물을 집에서 직접 마시는 데에는 불안해할까? 지금 당장 편견을 버리고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앞으로 여름날 공원 음수대에서 사람들이 물을 시원하게 먹는 모습을 일반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음수 '말 그대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이라는 말이 수돗물과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어 우리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수돗물을 먹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