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주,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승률 톱10 싹쓸이

    입력 : 2018.05.08 09:03

    건설·철도·자원개발 관련주 등 상승률 최대 882% 등 기록


    지난 4월 30일(월요일) 철도차량·시스템 제조회사 현대로템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9.93% 오른 2만67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인 27일(금요일), 장 마감 이후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가격 제한 폭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기세가 오른 현대로템의 주가는 그다음 거래일인 2일에도 22.1%나 상승, 3만26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3일엔 17.10% 폭락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사모펀드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보유하고 있던 현대로템 주식 823만주를 팔아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PE가 현대로템 주가가 급상승한 틈을 타 차익을 실현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음 날 현대로템의 주가는 17.78% 폭등하며 3만원대로 뛰어올랐지만, 일부 투자자는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제 교류에 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철도 등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의 주가가 폭등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경협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를 주도한 바이오주가 최근 주춤한 사이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타고 경협주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관련주 주가가 이미 급등한 것은 물론, 주가 널뛰기가 너무 심해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남북 경협주 고공행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이후 이달 4일까지 주가 상승률 상위 종목엔 남북 경협주가 대거 포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주가 상승률 151%를 기록한 부산산업(철도 침목을 생산하는 태명실업의 모회사)부터 52.45%를 기록한 혜인(비금속 광물 제조 판매)까지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경협주로 언급되는 종목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상승률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량을 경협주가 차지했다. 경협주라고 다 같은 경협주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세부적인 테마가 존재한다. 현대로템(54.74%)을 비롯해 부산산업, 철도차량용 제품 생산 업체 대호에이엘(57.91%), 고속철도 핵심 소재 생산 기업 동일제강(56.79%) 등은 남북 철도 협력 사업의 수혜주로 꼽히고, 이와 유사한 계열로 아스팔트 콘크리트 생산 업체 SG(81.44%)·스페코(44.39%) 등은 남북한 도로 연결 수혜주로 꼽힌다. 강관 생산 기업 하이스틸(79.21%)·동양철관(59.09%)·대동스틸(58.75%) 등은 남북은 물론,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 테마주라는 이유로 주가가 급상승했다. 이 외에도 북한 자원 개발과 관련해 혜인, 낙후된 북한의 농업을 발전하기 위한 비료 사업 수혜주로 묶인 작물 종자 개발 회사 아시아종묘(54.14%)도 주가 상승률 상위에 들었다.



    이 외에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대북 송전 등 다양한 테마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심지어 사업 자체는 북한과 관련이 없지만, 경기도 파주에 땅과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경협주로 묶인 종목도 있었다.


    ◇단기 급등, 매물 폭탄 조심해야


    경협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나섰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건설, 철강 등 남북 경협 관련 섹터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남북 경협이 어디까지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고, 최근 관련 종목들의 주가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냉정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건설·건축·기계 업종은 남북 경협 외에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대감만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자금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연구원은 "남북 해빙 무드로 인한 경제협력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인 종목들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언제든지 차익 매물이 대거 나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으로 경협 수혜주로 꼽힌 J사의 최대 주주와 관계인 4명은 지난달 25일 보유 주식의 16.64%를 팔았다. 이달 들어 4월 초 4000원대에 머물렀던 J사의 주가는 지난달 중순 8000원대 중반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최대 주주의 주식 처분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재는 6000원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