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스크린 스포츠… 동대문 패션타운, 새옷입고 도약한다

    입력 : 2018.05.03 11:12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 뺏기고 사드 여파로 中 관광객 줄어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유치


    지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에 있는 헬로APM 쇼핑몰. 지하 4층~지상 11층짜리 대형 건물이지만 여성 의류를 파는 1·2층을 제외하면 쇼핑 중인 손님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에스켈레이터에서 먼 건물 안쪽 공간엔 빈 점포가 많아 황량한 느낌까지 들었다.


    의류 매장을 지나 7층으로 올라가자 분위기가 돌변했다. 450평 규모의 가상현실(VR) 테마파크 '판타VR'엔 어두운 조명 아래 고글 모양의 헤드셋을 쓰고 VR 게임을 즐기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젊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래프팅·행글라이더·번지점프·호러 체험 등을 가상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마다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26종류의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이 테마파크는 개장 4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이 4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판타VR 관계자는 "주중에는 단체 손님, 주말에는 연인·가족·외국인 손님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타운에 부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바람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에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기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폐점까지 고민하던 대형 쇼핑몰들이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을 잇따라 유치해 상권 활성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롯데피트인 동대문점은 지난 20일 5층에 엔터테인먼트 공간 '퓨처 핸즈업(Future Hands-Up)'을 개장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영캐주얼, 유아 의류 매장이 있던 이곳은 클럽처럼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7개 레인 규모의 볼링장, 스크린 축구·야구·양궁 등 스크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롯데피트인을 운영하는 롯데자산개발은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크게 줄면서 매장 매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유치해 젊은 소비자를 유인하고 고객들의 체류 시간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시티에는 올 상반기 4, 5층 두 개 층에 대규모 VR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이 위치한 현대시티타워에서는 작년 10월 말부터 체험형 예술 테마파크 '라뜰리에'가 운영 중이다.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 19세기 인상주의 작가의 명화와 당시 시대 상황을 미디어아트나 홀로그램 등으로 재현, 관람객이 미술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는 전시이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 위기의식 팽배


    '대한민국 패션 메카'로 불리던 동대문 쇼핑몰들이 앞다퉈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나 전시 유치에 뛰어든 것은 "변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통이 편하고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에 대규모 전시 공간을 원하는 콘텐츠 업체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 관광객 감소가 동대문 쇼핑몰의 변화를 끌어낸 결정적 원인이 됐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416만명으로, 전년(806만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대문 쇼핑몰에서 장사하던 상인 중 상당수는 폐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대식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부 쇼핑몰은 건물 조명을 꺼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공실(空室)이 많다"며 "건물을 비워놓느니 한두 개 층을 통째로 쓰는 엔터테인먼트 매장이 들어서면 방문객이 늘고 쇼핑몰 분위기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상인이 많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체들도 동대문을 선호한다. 판타VR을 설립한 가상현실콘텐츠협회의 강성모 부회장은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복합 문화 전시 공간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동대문의 위상이 국내외에 많이 알려졌다"며 "면세점, 관광호텔 등이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동대문의 명성과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쇠락해가던 동대문 패션타운에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