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 12조... 글로벌 제약사들, 신약 확보 위해 M&A

    입력 : 2018.04.27 10:26

    일본 최대 제약기업 다케다, 70조원에 아일랜드 제약사 인수


    일본 최대 제약기업인 다케다제약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650억달러(약 70조원)에 인수하기로 25일(현지 시각) 잠정 합의했다. 다케다제약이 샤이어 주식을 주(株)당 65.6달러에 인수하는 것으로, 현재 주가에 비해 약 50% 넘는 높은 프리미엄을 얹는 조건이다. 샤이어는 세계 최대 혈우병 치료제 생산 기업이다.


    이번 인수는 2000년 미국 화이자의 워너-램버트 인수(1120억달러·약 121조원)에 이어 제약업계 사상 두 번째 규모로 꼽힌다. 다케다제약은 샤이어 인수로 글로벌 매출 규모가 310억달러(약 33조원)로 늘어나 단숨에 세계 8위 제약사로 올라설 전망이다. 다케다제약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17위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다케다는 기업가치가 900억 달러(약 97조원)에 이르는 거대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제약기업들의 M&A(인수합병)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제약업계 M&A 규모는 1490억달러(약 157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제약 기업들이 잇따라 M&A에 거액을 쏟아붓는 것에 대해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한 장기 투자 차원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제약사들이 문어발식으로 여러 분야 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면, 최근에는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고부가가치 신약 개발을 위해 기술력을 가진 알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 확보 위해 기업 인수하는 제약사들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들인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희귀의약품 등 신약 개발을 하는 기업 인수가 대부분이다. 난치병 환자를 위한 희귀의약품은 허가 기준 완화와 세금 감면 등 각국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지난 1월 희귀 혈액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다수 보유한 미국 바이오베라티브를 115억달러(약 12조원)에 인수했다. 인수기업의 시가총액에 비해 64% 높은 액수였다. 사노피는 일주일 후 벨기에의 항체의약품 전문기업인 아블링스를 39억 유로(약 5조원)에 인수했다.


    미국 셀진도 같은 달 면역 항암제 개발사인 미국 주노 테라퓨틱스를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사들였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아베시스를 87억 달러(약 9조원)에 인수하기로 이달 초 합의했다.


    갈수록 신약 개발이 어려워지는 여건도 기업들의 인수전 참여를 늘리고 있다. 신약 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데 성공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많은 글로벌 제약사의 기존 의약품 특허가 4~5년 안에 만료되기 때문에 먹거리 확보와 생존 차원에서 제약사 인수를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업 몸값도 상승세


    신약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가 늘면서 세계적으로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몸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바이오 신약 수요가 커지면서 핵심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에 대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길리어드는 지난해 말 항암 면역 유전자 치료제 선두기업인 카이트파마를 무려 119억달러(약 13조원)에 인수했고, 미국 BMS는 지난해 9월 바이오 기업 IFM테라퓨틱스를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약 업계 인수전에서 기업들이 제시한 인수 프리미엄은 주당 평균 79%로 지난해 1분기(42%)에 비해 껑충 뛰었다.


    국내 제약업계도 M&A가 늘어나는 추세다. 보수적인 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큰 변화다. 한국콜마는 지난 2월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국내 제약 시장 규모가 늘어나면서 기업 M&A 규모도 커졌다"며 "기업 인수로 덩치를 키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