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게임업계는 VR 공략중

    입력 : 2018.04.18 09:22

    총싸움 게임 스페셜포스 제작사로 유명한 드래곤플라이는 2013년 마련한 상암 DMC타워 사옥을 이달 초 매각했다. 드래곤플라이는 곧이어 매각 대금 435억원을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KT가 만든 신촌 VR테마파크 브라이트에 VR 총싸움 게임 '스페셜포스 VR: 유니버설 워'를 선보였다.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고 가짜 총을 든 채 가상 세계에서 총싸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 관계자는 "PC 온라인 게임에서 성공한 이후 모바일 게임에선 흥행에 실패했다"며 "이제 4차 산업혁명 핵심 사업인 VR·AR 게임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드래곤플라이를 포함해 넷마블·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사가 올 들어 VR·AR 기술을 접목한 게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수년간 개발해온 VR 게임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들, VR 게임 잇따라 출사표


    국내 게임업계 1위 넷마블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VR 서비스 개발·공급'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VR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넷마블은 지난 12일 VR·AR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낚시게임 피싱스트라이크를 선보였다. 게임에서 잡은 물고기를 VR 기기로 감상할 수 있고, 게임을 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제 공간을 비추면 화면에 잡은 물고기 이미지가 덧씌워져 나타나는 AR 기능도 즐길 수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VR·AR 등 다양한 신기술 쪽으로 게임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3위 업체 엔씨소프트는 첫 VR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 테이블 아레나'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에서 처음 선보였다. 머리에 VR 헤드셋을 쓰고 조작 기기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서 전투를 벌인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에서 올해 출시를 목표로 모험, 연애, 전쟁 장르의 VR 게임 3종을 공개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스웨덴 회사 스타브리즈에 48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VR 게임 개발사 페이저락과 제휴를 맺고 VR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한빛소프트는 이달 인기 온라인 게임 '오디션'의 캐릭터를 활용한 VR 게임 '오디션 VR'을 출시한다. 가상현실에서 주인공을 키우면서 다양한 직업인으로 만드는 게임이다.


    닌텐도의 '포켓몬고'처럼 실제 환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주는 AR 기술을 적용한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네시삼십삼분(4:33)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위치 기반의 AR 게임 '고스트버스터즈 월드'를 개발하고 있다. '포켓몬고'처럼 도시를 돌아다니며 유령 캐릭터를 사냥하고 수집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미래 VR


    게임업계들이 VR 게임 출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와 함께 VR 게임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대용량 콘텐츠 전송이 빨라지는 5G 시대가 되면 콘솔(비디오)·PC용 게임처럼 집안에서도 VR 기기를 설치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국내에선 VR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방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VR·AR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VR 게임방은 2016년 말 20여곳, 2017년 170여곳에서 올해 350여곳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VR 게임을 할 수 있는 주변 기기들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는 유선(有線)으로 본체와 연결돼 있어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었다. 또한 화질도 좋지 않아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대만 HTC가 지난해 무선 형태의 VR 헤드셋을 공개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고화질(HD) 수준의 게임 영상 화질도 구현되면서 게임 몰입감은 높아지고 어지럼증은 줄어들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털은 2021년 VR·AR 시장 규모가 1080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은 가상으로 만들어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360도 영상을 체험한다. 증강현실은 닌텐도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처럼 실제 환경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워서 보여주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