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6400억 쿠팡 "몸집 키우기에 올해도 투자"

    입력 : 2018.04.17 09:14

    매출도 40% 늘어 2조6800억원… 물류사업 등 공격적 투자 계속
    11번가·티몬·위메프는 흑자 목표, 투자 줄이고 특가상품 판매 집중


    온라인쇼핑 업체 쿠팡은 16일 작년 매출 2조6846억원에 영업손실 638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보다 40%가량 급증했지만, 적자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올해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각오하고 몸집 키우기에 나설 방침이다. 쿠팡은 이날 "작년 연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액(단기 금융상품 포함)이 약 8130억원에 달한다"며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빠르고 편하게 배송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쿠팡과 경쟁하는 SK플래닛(11번가 운영)과 위메프, 티몬은 작년 매출 성장률은 쿠팡에 뒤졌지만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들은 현재의 적자 감소 추세를 이어가 2~3년 내 흑자 전환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보다는 내실 위주의 성장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쿠팡과 다른 경쟁 업체들 간의 전략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3~4년간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수천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몸집을 키워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錢)의 전쟁'을 벌여왔다. 온라인쇼핑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는 수년째 이어진 적자로 총알(투자금)이 떨어지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쿠팡은 이런 경쟁사의 긴축을 역(逆)으로 이용해 시장 주도권을 쥐자는 강수를 택했다"고 말했다.


    ◇위기의 쿠팡, 택배·물류 시장으로 영역 확대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낸 쿠팡은 3년 연속 5000억원대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엄청난 적자 규모는 물론 매년 적자가 늘고 있는 상황도 부담이다. 2016년 5653억원 적자에서 2017년에는 적자 규모가 70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 5년간 누적 적자는 1조8717억원이다.



    쿠팡은 아직도 충분한 투자금이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그동안 일본 소프트뱅크 등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1조6000억~1조8000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투자회사로부터 4억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투자 유치도 상당히 있어 실탄은 넉넉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다른 업체의 물건을 배송해주는 '제3자 물류' 사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3600여 명의 배달 인력(쿠팡맨)을 고용하며 1조원 이상을 물류에 투자한 상태다. 쿠팡이 연내 수백 대의 전기차를 구매해 이르면 내년 3~4월쯤 제3자 물류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 줄여 흑자 전환 로드맵 짜는 11번가·위메프·티몬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경쟁 업체들은 흑자 전환 전략으로 가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6000억원, 영업손실 9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2000억원대였던 적자를 절반 넘게 줄인 것이다. SK플래닛의 고위 관계자는 "회사 전체로는 올해 흑자 전환이 목표이며, 11번가 사업 부문도 적자 규모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11번가 사업 부문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작년에 물류센터 확장과 같은 투자를 최소화하고 특가 상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적자를 400억원대로 낮췄다. 위메프 관계자는 "올해 기조는 낭비 없는 성장"이라며 "당장 올해 흑자 전환은 힘들겠지만, 월 단위로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흑자 전환 시점은 내년으로 잡고 있다. 티몬도 재작년 1580억원이었던 적자가 작년에는 1150억원으로 감소했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한 신선식품 사업과 실시간 항공권 예약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매출이 2016년보다 35% 성장했고 적자는 24% 줄였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쇼핑 시장의 1위인 이베이코리아(옥션과 지마켓 운영)는 작년에 6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3~4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공격적인 쿠팡과 내실 경영을 추구하는 티몬·위메프가 향후 2~3년간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