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돈 버는… 중국의 핫한 스타트업이 몰려온다

    입력 : 2018.04.11 09:28

    막대한 자본 등에 업고 한국 공략


    중국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한국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바이트댄스, 콰이쇼우, 오포, 모바이크, UIH 등 중국의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5곳이 올해 들어 속속 지사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까지 합치면 수십 곳 이상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억 명이 넘는 내수(內需)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린 중국 스타트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의 시험대(테스트베드)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중국 스타트업들은 고액 연봉을 앞세워 한국 인재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한국 시장의 안착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뉴스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소셜미디어나 공유자전거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시장을 가리지 않고 한국에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부터 공유자전거까지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 뉴스 앱인 터우타오를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한국 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주로 파트너십과 마케팅 분야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2012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창업한 바이트댄스는 중국에서만 6억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현재 120억달러(약 12조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작년까지는 중국 내 사업에 치중하다가 올해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 동시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콰이쇼우는 지난달 12일 국내에서 실시간 퀴즈 서비스인 '렛츠 퀴즈'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생방송 퀴즈쇼에 참여하고 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콰이쇼우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한국인 유튜브 스타들을 진행자로 영입해 실시간 퀴즈 대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퀴즈 앱 시장을 놓고 네이버의 자(子)회사인 스노우의 '잼라이브', 한국 스타트업 NBT의 '더 퀴즈 라이브'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계 교육 스타트업인 스냅애스크도 작년 말 이준규 전 에어비앤비 한국지사장과 함께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학생이 모바일 메신저에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면 미리 등록돼 있는 멘토가 해답과 풀이를 보내주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5년 홍콩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싱가포르·대만 등 8개국에서 35만명 이상의 학생을 회원으로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위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출신의 멘토 300여 명을 확보한 상황이다.


    오프라인 분야에서도 중국발(發) 스타트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이제 갓 생겨나기 시작한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에는 중국 스타트업 모바이크와 오포가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모바이크는 경기도 수원시에 자전거 70여 대를 갖다놓고 사업을 시작했고, 오포는 이달 초 통신업체 KT와 공유자전거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중국의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UIH도 연내 국내 영상 진단 장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투자에서 직접 진출로 선회


    2~3년 전만 해도 중국은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과 게임업체들에 자본을 투자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카카오·넷마블게임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10% 내외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벤처캐피털 업체인 힐하우스캐피털은 2016년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5000만달러(약 533억원)를 투자해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는 주춤한 대신, 중국 스타트업들의 직접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검증한 사업 모델을 한국과 같은 해외 시장에 똑같이 적용해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빅데이터 같은 최첨단 기술은 한국 스타트업보다 자신들이 한 수 위라는 자신감도 크다.


    중국 스타트업의 한 현지 법인 관계자는 "한국이 중국보다 확실히 앞선 기술 분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 아니냐"며 "중국 스타트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만큼 한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