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24시간 차단" 온라인 시위 확산

    입력 : 2018.04.09 09:36

    한국인 8만6000명도 정보 유출… 3주 만에 시총 85조원 증발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의 이용자 개인 정보 유출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 세계적인 스캔들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사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사과를 하고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확산되는 이용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페이스북 주주와 이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고, 전 세계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페이스북을 차단하자는 단체 보이콧 운동도 시작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블로그에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연계된 영국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정보가 부적절하게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알려진 5000만명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이다.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8만6000명을 비롯해 유럽연합(270만명), 인도네시아(110만명), 호주(31만명) 등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개인 정보 유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운동에 악용됐다는 증거도 나왔다. 페이스북은 7일 "캐나다 데이터 분석 업체 애그리커트IQ의 계정을 차단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그리커트IQ는 브렉시트를 지지한 '보트 리브'라는 단체를 위해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가 페이스북 개인 정보를 이용해 특정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페이스북 주주와 이용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페이스북 시가총액은 정보 유출 파문이 불거진 지난달 17일 5376억달러에서 4556억달러로 떨어지면서 800억달러(약 85조원) 이상이 증발했다"면서 "현재 주주 및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집단소송은 최소 18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보이콧 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온라인 모임인 '페이스블록'이 저커버그 CEO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11일 페이스북과 자회사인 인스타그램,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 등을 한꺼번에 24시간 동안 차단하고 온라인에 항의 글을 올리자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은 6일 블로그를 통해 정치 관련 광고는 자금을 댄 주체를 광고에 함께 표시하고, 신원도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가짜 계정을 이용해 페이지를 운영하거나 특정 세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보안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광고주들이 제휴사를 통해 페이스북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삭제했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을 처음 폭로했던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7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정보 유출 규모가 페이스북이 밝힌 8700만명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여전히 이번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