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6조·LG 4조·네이버 1조… 사상 최대 R&D 전쟁

    입력 : 2018.04.05 09:23

    AI·IoT 등 미래 먹거리 투자


    국내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산업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4일 본지가 국내 주요 IT 기업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대표 전자 기업들이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게임 업체들도 최대 12배까지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오 의약품 등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는 제약·바이오 업계도 올해 처음으로 10대 제약사 R&D 비용 합계가 1조원을 넘어섰다.


    ◇넷마블 12배, KT 2배로 급증


    삼성전자는 지난해 1년 동안 연구·개발에만 16조8056억원을 투입했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14년(15조3255억)보다 10% 많은 규모다. 2015~2016년 2년 연속 R&D 비용이 14조원대에 머물며 '기술 삼성' 이미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난해 실적은 이 같은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설 투자나 기업 인수를 제외한 순수 R&D 투자"라면서 "모바일용 반도체 등 신제품 개발과 AI, IoT 분야 원천 기술 확보에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 있는 사내 벤처 연구실에서 한 직원이 3D 프린터를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지난해 4조원 벽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LG전자 관계자는 "공항 안내용 서비스 로봇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IoT 가전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며 "연구·개발 인력도 200명 이상 늘어나며 전체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한다"고 말했다. 평소 R&D 투자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던 통신업체들도 투자를 대폭 늘렸다. KT가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투자 규모를 두 배로 확대했고, SK텔레콤도 한국어 음성 인식 등 AI 기술 확보에 20% 가까이 투자를 늘렸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전시된 LG전자 가정용 로봇 '클로이 홈로봇'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인터넷·게임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2년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도 제작 로봇인 M1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AI 스피커 개발에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다. 게임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2016년에 비해 12배 수준으로 R&D 투자를 확대했고, 엔씨소프트는 전체 직원의 70%를 연구·개발에 배치하며 관련 투자를 50% 늘렸다.


    최근 들어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넥슨 등 게임 업체들이 잇따라 AI 연구에 속도를 내면서 R&D 투자 확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 관계자는 "글로벌 AI 인재 영입을 위해 조만간 북미에 AI 연구소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 상위 10개사, R&D 1조 돌파


    최근 성장세가 주목받는 제약·바이오 업계도 상위 10대 기업의 R&D 투자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유한양행이 20%가량 늘어난 1037억원, 한미약품·GC녹십자·대웅제약 등도 10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업계 1위 셀트리온은 연 매출의 4분의 1에 달하는 2270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제약업체들이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은 527개에 달한다"며 "일부 회사의 경우 최근 5년 사이에 R&D 투자액이 두 배가 될 정도로 과거와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내부 투자만큼 외부 수혈을 통한 혁신도 필요하다"며 "특히 연구 인력 등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기업마다 비슷비슷한 기술 연구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처럼 기술력이 좋은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