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알바도 없이… 나 혼자 샀다

    입력 : 2018.04.03 09:15

    세계 유통 휩쓰는 無人점포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는 최근 미국 내 50개 점포에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로봇을 도입했다. 미국 로봇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가 개발한 대형 여행가방 크기의 이 인공지능(AI) 로봇은 사람을 알아서 피하면서 매장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보사노바는 15만 가지에 이르는 상품을 일일이 체크하고 재고가 부족하거나 가격표가 잘못 붙어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한다.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시스템에 알려 조치를 취하게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3월호에서 "보사노바는 사람보다 훨씬 꼼꼼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마트에 도입된 인공지능 로봇 '보사노바'. 쇼핑객을 피해 돌아다니며 15만종의 상품 재고를 점검하고, 가격표가 제대로 붙어있는지 확인한다. /보사노바 로보틱스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매장' 구축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고객들이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없앤 무인점포(無人店鋪)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상품의 유통 이력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내세운 업체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 시각) "인건비를 절감하고 고객들의 편안한 쇼핑을 돕는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유통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점령하는 무인편의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자사의 식료품 전문점인 헤마(Hema)에 무인계산대와 유통 이력 추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국 내에 35곳이 운영되고 있는 헤마에서는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상품을 고른 뒤 무인계산대에 올려놓고 스마트폰의 알리페이 기능을 켜면 얼굴이나 지문인식 등으로 곧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알리바바는 헤마의 모든 상품에 유통 이력과 조리법 등을 알려주는 QR 코드를 부착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짜 식품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중국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서비스 도입 이후 매출이 3~5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JD는 상품 포장용지에 부착할 수 있는 초소형 칩을 개발했다. 물건을 상점 밖으로 가져 나가면 초소형 칩이 알아서 결제를 한다. JD는 베이징 남부의 자체 점포에서 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 유통 스타트업 빙고박스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을 켜고 가져다 대면 점포 문이 열리고, 제품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를 끝내면 다시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빙고박스는 연말까지 5000개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에는 이 밖에도 타오카페, F5 퓨처스토어, 샤오마이 등 10여개 무인점포 전문 업체들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봇 점원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건축자재 판매업체인 로우스는 '로우봇'이라는 로봇을 미국 내 11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상품 위치 등 고객이 묻는 질문에 답해주는 것은 물론, 직접 안내도 해준다.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도 '클로이'라는 로봇을 일부 매장에서 시험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터치스크린에 입력하면 로봇 팔을 이용해 선반에서 꺼내준다. 식료품 체인인 크로거는 최근 스마트폰 앱만 켜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를 2700개 매장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스마트 점포는 아직 초기 단계


    급속히 스마트 점포가 확산되는 미국, 중국과 달리 한국 유통업체들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성수, 왕십리, 죽전 등 수도권 3개 이마트 점포에 무인계산대를 설치했고 무인편의점 '이마트24'를 6곳 운영하고 있다. 점원이 없는 점포에 들어가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고 나오는 방식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9일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 소개 영상을 공개했다. 일라이는 고객을 따라가며 길을 안내하고, 할인 상품을 추천하고 카트에 담은 제품을 자동으로 결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3년가량 걸릴 전망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미국 아마존이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업체들을 위협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유통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도 이런 변화에 빨리 동참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