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리스크

    입력 : 2018.04.02 09:36

    로봇에 의한 완전 자동화 집착… 품질 불량으로 공장 자주 멈춰
    폭발 사고 난 전기차 '모델X' 당시 자율주행 모드로 밝혀져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 이후 가장 혁신적 기업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양산에 차질이 생기며 현금 유동성 위기에 빠진 데 이어 지난 23일(현지 시각) 전기차 '모델X'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폭발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당했다. 당시 자율주행 모드가 켜져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테슬라에 대거 탑재되는 배터리 폭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9일에는 자동차 핸들 관련 부품의 볼트 부식 문제로 '모델S' 12만30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는 3월에만 30% 가까이 폭락했고 월가(街)에서는 수개월 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몇몇 획기적 발전으로 자동차 업계 전체를 움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테슬라에 미래가 있는지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이 테슬라를 망쳤다


    머스크의 위기는 지난해 하반기 보급형 차량인 모델3를 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3700만원대 보급형 제품인 모델3는 테슬라의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로 기대를 모았다. 현재 40만명 이상이 예약금을 내고 모델3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모델3는 지난해 3분기 222대, 4분기 1550대만 출시됐고 올해 1분기도 고작 7000대만 생산됐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장 자동화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머스크는 기계공학을 독학해 전기차와 로켓 개발에 참여할 정도로 기계와 자동화에 절대적 믿음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델3 공장도 완전 자동화 공장이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용접, 도색에만 로봇을 쓰는 것과 달리 최종 조립과 검수까지 로봇을 도입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오류와 품질 불량이 계속 발생하면서 공장 전체가 멈춰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번스타인은 보고서에서 "머스크가 완전 자동화라는 잘못된 사랑에 빠져 있고, 로봇이 테슬라를 망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오류, 품질 불량 등을 감안하면 사람을 쓰는 공장보다 생산비가 오히려 더 든다는 것이다.


    자금 사정도 최악이다. 신용 평가 업체 무디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현금성 자산은 34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불과하고, 이 중 8억5000만달러는 고객이 언제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차량 예약금이다. 무디스는 "테슬라가 올해 부채 상환과 설비 투자에 20억달러 이상을 들여야 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주가 급락과 신용 평가사들의 부정적 평가로 대규모 투자 유치도 어려워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 속도라면 올해 말까지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만기인 테슬라 회사채의 가치는 지난 31일 88센트까지 떨어졌다. 테슬라에 1달러를 투자하면 7년 뒤 88센트만 돌려받을 정도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몽상만 계속하는 머스크


    머스크는 "6월 말이면 모델3를 주당 5000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 매체 쿼츠는 "머스크는 모델3 생산량을 늘리라고 엔지니어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엔지니어들은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전기차 판매 수익으로 우주 개발 업체 스페이스X,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 자율주행차용 터널 굴착 회사 보링 컴퍼니 등을 운영하면서 화성(火星) 거주지를 개척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테슬라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머스크를 '아이언맨'으로 부르며 열광하던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2016년 테슬라가 솔라시티를 26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머스크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며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모두가 돈을 벌고 있는데, 머스크는 쓰고만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응원하기만 하는 치어리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머스크는 몽상가(夢想家)라는 별명처럼 새로운 도전에만 매달려 있다. 머스크는 지난 30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지구 저궤도에 통신위성 1만2000여 기를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타링크' 사업 허가를 받았다. 앞서 28일에는 사람의 뇌 이식을 위해 먼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겠다는 계획서를 샌프란시스코 시정부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