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케뱅·빅뱅

    입력 : 2018.03.29 09:24

    [카카오뱅크·케이뱅크 출범 1년… 시중은행 판 흔들다]


    - '손안의 은행'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모바일·무점포 영업으로 비용 혁신, 대출 금리 낮추고 예금 이자는 올려


    - "공인인증서 필요없다" 핀테크도 돌풍
    작년 3분기 간편송금 일평균 98만건… P2P 누적 대출 취급액은 2조원대로


    - 은행들의 반격… 소비자는 웃는다
    인터넷 대출 늘리고 앱 서비스 강화, 경쟁 촉발로 송금 수수료 등 낮아져


    작년 4월 국내 처음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지난 1년간 한국 금융 혁신의 '메기' 역할을 해왔다. 1년 365일 24시간 모바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에 맞서기 위해 시중은행은 앱(응용 프로그램) 서비스 강화, 영업시간 연장, 비(非)대면 상품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도 금융 혁신의 '게릴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 기업, 간편 결제·송금 업체 등의 등장으로 송금, 중금리 대출, 자산 관리 등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업체 간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촉발하고, 시중은행이 동참한 '혁신 경쟁'은 소비자에게 대출금리·수수료 인하라는 혜택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Getty Images Bank, 그래픽=김현지


    ◇'가격 경쟁력' 무기로 혁신 나선 인터넷은행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1992년 평화은행이 창립된 이후로 25년 만에 등장한 새 은행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신생 은행인 인터넷은행이 금융권 판을 흔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했다. '손안의 은행'을 표방한 인터넷은행들은 고객이 은행 창구를 찾아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통해 예금·대출·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무(無)점포 영업으로 아낀 사업비는 대출 금리를 낮추고 예금 이자를 올리는 데 썼다. 시중은행이 1% 중반대 정기 예금금리를 줄 때 인터넷은행은 2%짜리 정기예금을 내놨고,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이상 저렴한 2.6%대 직장인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일부 은행과 편의점 ATM(자동입출금기) 입출금 수수료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도 내놓았다.


    인터넷은행의 혁신에 소비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작년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68만 명으로 순항 중이다. 작년 7월 출범한 후발 주자였던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힘입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가입자 수는 546만 명에 달한다. 두 인터넷은행은 최근에는 모바일슈랑스(모바일 앱을 통한 보험 판매), 전·월세보증금 대출 상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간편송금·중금리 대출·자산관리…금융 혁신 게릴라 된 핀테크


    핀테크 기업도 금융 혁신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공인인증서·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는 비(非)금융 출신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토스(회사명 비바리퍼블리카), 네이버페이(네이버), 카카오페이(카카오)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간편 송금 시장의 96~97%를 차지한다. 작년 3분기 간편 송금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6.6배 늘어난 98만 건이었다.


    P2P 금융사는 기존 금융사의 '사각지대'였던 중금리 시장을 개척했다. P2P 금융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전문 중개 업체를 통해 대출 금액·사용처 등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 서비스다. 대출자는 2금융권보다 저렴하게 돈을 빌리고, 투자자는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 2월 말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누적 대출 취급액은 전년 같은 달의 3.3배 수준인 2조822억원이다. 업계 규모가 커지면서 테라펀딩(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렌딧(개인 신용대출), 펀다(자영업자 대출) 등 P2P 금융사마다 전문성도 강화되고 있다.


    가계부 앱 '뱅크샐러드'와 '브로콜리'는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용뿐 아니라 은행과 주식 계좌 현황, 현금 영수증 발행 내용까지 불러와 자산·부채와 지출·수입 내용을 한눈에 보여주고, 알맞은 금융 상품을 추천한다.


    ◇은행 반격의 시작…영업시간 늘리고, 모바일 서비스 강화


    동시다발적 핀테크 돌풍에 시중은행도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영업시간이 달라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영업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은행 탄력 점포는 작년 6월 630곳에서 작년 12월 673곳으로 늘었다.


    모바일 서비스도 진화 중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기존 6개 금융 앱을 합친 모바일뱅킹 앱 '쏠'(SOL)을 선보였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처럼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과 농협카드 서비스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 앱 '올원뱅크'를 개편했다. 이 외에도 각 은행은 간편 송금 서비스, 키보드 뱅킹 등 모바일 플랫폼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도 2016년 말 전국 저축은행 200여 개 상품을 스마트폰으로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앱 'SB톡톡'을 선보였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신용대출·전세자금 대출 등 비대면 상품도 크게 늘렸다. 인터넷은행의 선전과 기존 은행의 추격에 힘입어 작년 하루 평균 인터넷뱅킹(스마트폰뱅킹 포함) 대출 신청 건수는 전년(2400건)의 4배 수준인 9900건을 기록했다. 인터넷뱅킹 대출 신청 금액도 하루 평균 1194억원으로 1년 전(399억원)보다 200% 가까이 늘었다.


    ◇경쟁 촉발로 대출 금리, 송금 수수료 낮아져


    혁신 경쟁은 낮은 대출 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의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등장 전인 작년 3월 신한은행·KB 국민은행·KEB하나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각각 3.74%, 4.82%, 3.80%였다. 하지만 올해 2월 금리는 금리 상승기에도 각각 3.62%, 4.77%, 3.55% 수준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1월 출시한 '전·월세보증금 대출'도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최저 금리 연 2.82% 수준의 파격적인 상품을 내놓자, 그간 상승세를 보이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주춤해졌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해외 송금 수수료를 은행의 10분의 1로 낮춰 수수료 인하 경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예금과 대출, 송금 등 영역에서 시중은행의 견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했다.


    금융권은 앞으로도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금융 혁신의 진앙(震央)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핀테크 기업이 고객 동의를 얻으면 은행 등에 있는 고객 정보를 조회·활용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자산 관리 서비스 등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