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율주행 기술로 '無人 항구' 만든다

    입력 : 2018.03.22 09:34

    [반자동 인천신항 터미널 가보니]


    24시간 작업 무인 크레인 28대… 직원은 교대로 근무하는 10명 뿐
    짐 옮기는 과정까지 자동화 땐 항만 운영비 37% 이상 줄어
    정부 "2021년 부산항 완전 자동화"
    세계 시장 규모 2021년 62억달러… 근로자 대량 실직 문제 풀어야


    지난 19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신항 B터미널. 수만개의 컨테이너가 항만에 정박한 대형 화물선들 옆으로 나란히 놓여 있다. 마치 레고블록을 쌓아올린 듯한 컨테이너들은 700m에 이르는 길이로 7개의 줄을 이루며 높다랗게 서 있었다. 그 주위를 분홍색 야드 크레인들이 둘러싸고 분주하게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었다. 숫자를 세어보니 한 줄당 4대씩 7개의 줄에 총 28대의 야드 크레인이 컨테이너 이동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야드 크레인은 컨테이너를 운반 차량에서 분리해 정리하는 일을 한다. 보통 크레인은 사람이 운전하지만 이곳 야드 크레인의 운전석은 죄다 비어 있다. 터미널 관제센터에서 원격 조종하는 무인(無人) 자동화 장치다. 항만 운영사인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성호용 이사는 "28개의 크레인을 운영하려면 기사 100명이 필요하지만, 무인 크레인은 10명 남짓한 인원이 교대로 근무하면 된다"며 "사고도 거의 없다"고 했다.


    20일 오후 인천신항에 수출입 컨테이너 수만개가 쌓여 있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인천신항은 2015년부터 무인(無人) 야드 크레인(컨테이너를 트레일러 차량에서 분리해 가지런히 정리하는 장비)을 도입해 자동화율을 높였다. /오종찬 기자


    작년 11월 문을 연 인천신항은 반(半)자동 항만이다. 항만이 완전 자동화되려면 컨테이너 운송 차량과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안벽 크레인까지 전부 무인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항만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과제로 '완전 자동화 항만' 개발을 추진 중인데, 인천신항은 부산신항과 함께 그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1년 부산에 완전 자동화된 항만을 열 계획이다.


    완전 자동화 항만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계들이 스스로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실어나르기 때문에 '로보틱 항만'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아직 3개 핵심 장비 중 야드 크레인만 무인화한 상태다. 김명진 해수부 항만개발과장은 "완전 자동화 항만이 개장하면 기존보다 인건비와 연료비 등 운영 비용이 37% 이상 줄고 생산성은 40% 이상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항만은 장비의 연료가 경유라 환경오염 문제가 있지만, 완전 자동화 장비는 전기를 사용해 이런 문제도 없다고 한다.


    자동화를 통해 항만이 처리하는 짐은 늘어나고, 비용은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항만 터미널은 5곳이라 우리는 추격하는 입장이다. 3년 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2개 터미널이, 재작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롱비치항에 무인 터미널이 각각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이어 중국이 지난해 5월과 12월 칭다오항과 상하이항에 무인 터미널을 개장했다.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아랍에미리트 칼리파항, 모로코 탕헤르항, 싱가포르 투아스항도 완전 자동화 터미널이 건설되고 있다. 영국의 시장 조사 기업 '테크나비오'는 전 세계 완전 자동화 항만 시장 규모가 매년 25% 넘게 성장해 2021년이면 62억2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항만 자동화의 걸림돌도 줄어드는 일자리다. 항만운송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완전 자동화가 이뤄지면 기존 터미널 근로자의 80%가 일자리를 잃는다. 부산 항운노조 윤종배 교육홍보부장은 "부산에 완전 자동화 항만이 들어서 기존 터미널의 기능을 흡수할 경우 1500명 이상 대량 실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항만 회사들은 자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관계자는 "10년을 내다보면 생산성을 위해 완전 자동화로 가는 게 맞는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부터 노·사·정과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