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잘 키워 팔았던 '멜론'과 싸워야하네

    입력 : 2018.03.16 09:35

    [음원사업 복귀로 지각 변동]


    SKT, 연예기획 3사와 손잡아
    "AI 스피커 등 음원 소비 늘어… ICT 접목해 서비스 차별화"


    멜론, 카카오로 인수된 뒤 유료가입 460만명으로 '시너지'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이 5년 만에 디지털 음원(音源) 사업 복귀를 추진하면서 국내 유료 음원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특히 SK텔레콤이 한때 같은 SK그룹에 있다가 카카오에 인수된 음원서비스 시장 1위 멜론에 도전하는 형국이어서 양사 간의 미묘한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는 원래 SK텔레콤의 손자회사로 있다가 지난 2013년 홍콩 사모펀드를 거쳐 2016년 카카오로 인수됐다. 불과 5년 전까지 멜론으로 음원 서비스 업계를 제패했던 SK텔레콤이 이제 자신들이 키운 멜론과 경쟁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SK텔레콤, 새 성장동력 위해 음원시장 복귀


    SK텔레콤은 올 1월 말 방탄소년단·엑소·트와이스와 같은 인기 한류 아이돌 그룹들이 소속돼 있는 SM·JYP·빅히트 등 연예기획 3사와 함께 "올해 새로운 음원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뒤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2월부터는 음원 도매업을 하는 SK텔레콤의 자회사 아이리버가 이들 연예기획 3사의 콘텐츠를 멜론·벅스 같은 음원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음반 도소매업체에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 유통 운영을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아이리버를 통해 고음질 음원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 그루버스도 인수했다. 통신 서비스 성장세가 한계를 드러내자 음원 콘텐츠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노종원 SK텔레콤 전무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분야에서 음악 콘텐츠 소비가 많아질 것"이라며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기존과 차별화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자사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NUGU)를 통해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장치)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SK텔레콤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이동통신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옥수수), 온라인 쇼핑몰(11번가) 서비스 등을 음악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와 시너지 효과로 더 커진 멜론


    SK텔레콤이 음원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면 현재 이 분야 1위인 멜론과 경쟁은 불가피하다. 원래 멜론은 2004년 SK텔레콤의 신사업부문으로 출범했다. 멜론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에서 선보인 실시간 스트리밍(음원 재생)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며 2010년부터 사실상 유료 음원시장 1위에 등극했다. 한 곡당 200~300원씩 내고 다운로드받는 다른 음원 서비스와 달리, 멜론은 스마트폰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단숨에 가입자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은 2013년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지분을 홍콩 사모펀드에 2659억원을 받고 팔면서 음원 사업에서 돌연 손을 뗐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다시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지분 규제 때문이었다. 당시 로엔의 지분 67.5%를 보유하고 있던 SK플래닛은 모회사가 SK텔레콤이었고 그 위에 지주회사 SK㈜가 있었다. 당시 SK는 로엔의 남은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매각을 택했다. 하지만 멜론은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가치가 급상승했다. 로엔 지분을 인수했던 홍콩 사모펀드는 약 3년 뒤인 2016년 1월 카카오에 로엔 지분을 매각하면서 무려 1조2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멜론은 카카오로 넘어간 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카톡)과 연동되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카톡 계정 연동만으로 멜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고 카톡 대화방 안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멜론으로 음악을 재생해 들을 수 있다. 2013년 SK텔레콤이 멜론을 정리할 때 270만명이었던 유료 가입자는 현재 460만명(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지니뮤직·벅스·엠넷 등 다른 음원 서비스 유료 가입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현재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의 시장 가치는 2조8400억원에 달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멜론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SK텔레콤이 멜론 매각을 후회한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SK텔레콤과 멜론의 관계 때문에 벌써부터 이들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