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판매 첫날 18만대... 시작은 미약한 갤S9

    입력 : 2018.03.15 09:21

    역대 최다 갤럭시S8의 70%
    "성능 비슷, 카메라만 좋아져… 보조금 경쟁 줄어든 것도 영향"


    삼성전자 "아직 판단 일러… 정식 출시되면 반응 달라질 것"


    16일 정식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9의 초반 흥행 실적이 전작(前作)에 못 미치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9 사전 개통 첫날인 지난 9일 갤럭시S9 개통량은 18만대로 추정된다. 이는 첫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갤럭시S8(26만대)의 70% 수준이다. 통신 시장 활성화 지표인 통신 3사 간 번호 이동 건수 역시 미지근하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하루에 3만건이 넘지만 갤럭시S9 사전 개통 첫날인 9일 이후부터 13일까지 번호 이동 건수는 하루 평균 1만9000건에 그쳤다.


    ◇제품 혁신 부족·달라진 통신 환경


    갤럭시S9 초반 부진의 이유로 제품 자체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작인 갤럭시S8과 디스플레이·카메라·배터리 용량 등 하드웨어적인 부문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IT 전문 매체 더 버지 등도 "갤럭시S9이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외관에서 놀라운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그간 테두리가 없는 화면, 인공지능(AI) 비서, 지문 인식, 방수·방진 등 소비자를 놀라게 할 만한 변화를 선보였지만, 이번 제품은 외형상으로 볼 때 카메라 기능을 개선하는 데 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가격도 비싸지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진 측면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베이스트리트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는 2014년 23개월에서 올해 31개월로 길어졌다. 삼성전자는 2016년 흥행한 갤럭시S7 사용자들이 다수 갤럭시S9으로 갈아탈 것을 기대했지만, 이 공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달라진 국내 통신 환경도 흥행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통신 3사 간 보조금 경쟁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통신업체들은 가입자를 뺏기 위해 유통망에 넉넉한 판매 장려금을 뿌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는 통신업체들이 과도한 시장 경쟁을 꺼리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도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을 25% 할인해주는 약정 할인 요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도입한 이후 25% 통신요금 할인 약정에 가입한 사용자는 무려 1006만명에 달한다. 이 1006만명은 1, 2년간의 약정 기간에 묶여 쉽게 스마트폰을 바꾸지 못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기존 제품 교체를 유인하기 위해 마련한 보상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 출시에 맞춰 지난 9일부터 오는 6월까지 3개월 동안 구매자가 쓰던 중고 갤럭시폰, 애플폰을 반납하면 이를 보상해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지만 보상금 액수가 중고 시세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정식 출시되면 소비자 반응 달라질 것"


    삼성전자는 갤럭시S9이 정식 출시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잠재 수요자가 많은 상황에서 출시된 갤럭시S8 초기 성적과 갤럭시S9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갤럭시S9은 16일 전 세계 70국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상반기 유일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S9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AR(증강현실) 이모지(Emoji)' 기능에 기대를 걸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AR 이모지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사용자의 얼굴을 카메라 센서로 인식해 다양한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스마트폰 성장을 이끌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작과 달라진 점이 없다고 비판받던 갤럭시S7이 갤럭시 시리즈 가운데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며 "갤럭시S9 핵심 기능을 직접 사용해보면 소비자들 반응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국 체험관을 지난해보다 100곳 이상 늘리며 역대 최대 규모인 4000여 곳으로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