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2년 만에 자리잡아

    입력 : 2018.03.13 13:21

    [2016년 이후 333개 펀딩 성공]


    후원형과 달리 주식·채권 발행
    창업 초기 기업은 자금 조달, 투자자는 배당금·이자 수익
    최고 95% 수익률 거두기도…
    부도나면 원금 다 잃거나 자금 회수 기간 길어질 수도


    평소 영화를 즐겨 보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지난 5일 영화 '치즈인더트랩'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기본 금리 연 3%에, 개봉 이후 관객이 많이 들수록 추가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영화 배급사 채권을 산 것이다. 펀딩 시작 5분 만에 이 영화는 목표 금액 1억원 모집에 성공했고, 12일 현재까지 투자자 529명이 4억8950만원 투자를 약정했다. 이씨는 "원작인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아 영화도 흥행할 것 같다"며 "예금에 맡겨두는 것보다 좋아하는 영화에 투자해 수익을 내면 일석이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창업 초기 기업의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닥 금리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딩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 이후 코넥스 상장까지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신생 기업이 투자자를 모으는 하나의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란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주식 배당금, 채권 이자 수익을 펀딩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후원·기부형,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과 다르다.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기업은 333곳에 달한다. 총투자자 2만5961명이 513억원을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했다. 증권형 펀딩이 시작된 첫해인 2016년 110개사가 174억원을, 2017년에는 164개 기업이 278억원을 조달하는 등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9% 커졌다.



    지난해 펀딩에 성공한 기업의 업종 분포를 보면, IT·모바일이 80건, 제조업 77건, 문화 59건, 교육 18건, 음식점 12건, 농식품 9건 등으로 다양하다. 일반 개인 투자자도 2016년 5592명에서 지난해 1만5283명으로 늘었다.


    크라우드 펀딩 이후 코넥스 시장까지 진출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 업체 에스와이제이(SYJ)는 지난 2016년 IBK투자증권 주관으로 펀딩에 나서 초기 투자금 7억원을 모집했다. 이후 회사가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작년 5월에는 코넥스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다. 초기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현재까지 거둔 수익률은 95%에 달한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창업 기업은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성장 사다리에 올라타고, 투자자들은 적은 금액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 사업은 주로 고정된 이자를 주고, 관객 수가 많아질수록 추가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하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 공유 증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급속한 성장은 모험 자본 시장의 투자자 저변이 확대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창업 비용 감소,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 공유 증가, 투자를 위한 공간적·관계적 제약 극복 등으로 크라우드 펀딩 참여자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급속한 성장 추세를 볼 때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크라우드 펀딩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 시장성을 검증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컨대 의류업계에서 디자이너가 제품 제작 전 디자인에 대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음으로써 제품에 대한 잠재 수요를 예측하고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험 투자라는 점 명심해야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은 우선 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업체(펀딩포털) 홈페이지에서 증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의 사업 계획, 재무 상태, 증권 발행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고수익 고위험' 투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창업 초기 기업인 만큼 부도 시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고, 투자 자금 회수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투자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현재는 한 기업에 대해 연간 최소 1만원부터 2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한 회사가 온라인 소액 투자로 연간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7억원으로 한정돼 있고, 목표 모집 금액의 80%를 채우지 못하면 증권 발행 전체가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