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쌀' MLCC… 반도체 안 부럽네

    입력 : 2018.03.12 09:13

    [세계시장 25% 점유 삼성전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의 83%]


    IT기기 핵심 부품 몸값 천정부지… 10년 뒤에는 시장 규모 20조원
    고사양 제품은 기술 장벽 높아 중국 업체들은 개발조차 못해
    자동차용은 스마트폰용의 4배, 업계 전장용 생산비중 확대 나서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6조8384억원, 영업이익 3062억원으로 4년 만에 최고 실적을 냈다. 주력 사업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단가가 오르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영업이익의 83%가 MLCC에서 나왔다.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스마트TV 등 각종 IT(정보기술) 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IT 기기의 성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저장 용량도 커지지만 거꾸로 두께는 더 얇아지기 때문에 부품 사이의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초소형 MLCC가 더 많이 들어간다.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MLCC 수요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퍼 호황을 맞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처럼 MLCC도 향후 5~10년간 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전망한다.


    ◇전자 산업의 쌀 'MLCC'… 4차 산업혁명 붐에 몸값 뛰어


    MLCC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머리카락 굵기(0.3mm) 수준으로 맨눈으로는 작은 점같이 보인다. 그러나 내부는 세라믹과 니켈을 번갈아 쌓은 500~600층의 유전체와 전극이 촘촘히 겹쳐져 있다. 이 층을 최대한 얇게 최대한 많이 쌓고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균열 없이 구워내는 것이 MLCC 품질을 결정한다. MLCC를 300밀리리터(ml)짜리 와인잔에 절반가량 담으면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고부가(高附加) 부품이다.



    스마트폰에 생체 인식이나 듀얼(렌즈 두 개) 카메라 같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탑재되는 MLCC 개수도 늘어난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9 시리즈의 경우 기기 하나에 약 10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갤럭시 S 초기 모델엔 200~300개가 탑재됐다. 애플의 아이폰에도 MLCC가 1000개 이상 필요하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동차용 초소형 MLCC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필리핀 등지의 MLCC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 1년간 MLCC 가격은 29%나 올랐다. 특히 초소형 고사양 MLCC는 현재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제작소, 다이요 유덴 3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범용 MLCC보다 단가가 2배 이상 비싼 고사양 MLCC는 설비와 제조 기술의 장벽이 높아 중국 업체들은 아직 개발조차 못 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MLCC 점유율은 1위 무라타가 약 40%, 삼성전기와 다이요 유덴이 각각 25%, 15%씩 나눠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7조원 수준인 글로벌 MLCC 시장이 10년 뒤에는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전장용 MLCC


    현재 MLCC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자동차 전장(電裝)용 MLCC 생산 능력 확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600~1000개씩 들어가는 MLCC가 일반 자동차에는 3000개, 전기자동차에는 1만5000개 들어간다. 단가도 전장용이 스마트폰용보다 약 4배 비싸다. 올해 무라타는 구형 MLCC 생산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전장용 초소형 MLCC 위주로 생산 체제를 재편한다. 다이오 유덴도 일본 니가타현 공장에 100억엔(약 1002억원)을 들여 초소형 MLCC 생산 라인을 1.6배 증설하는 등 전장용 생산 확대에 돌입했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전기차 MLCC 월 생산 능력을 작년 6억개에서 올해 20억개, 2020년 60억개 수준으로 늘려 전장용 MLCC 생산 능력 비중을 2020년1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의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 스마트폰 등의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촘촘히 박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