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5G 혁명이 온다

    입력 : 2018.03.05 09:48

    [창간 98 특집]
    5G 시대 접하는 전세계… 한·중·일 치열한 경쟁


    2008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08'의 화두는 4세대(4G) 통신이었다.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알카텔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업체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내 손안의 인터넷' 기술을 앞다퉈 공개했다. 그 결과 상용화된 4세대 통신 LTE(롱텀에볼루션)는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스마트폰과 결합한 LTE는 앱(응용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냈고, 페이스북과 우버·에어비앤비 등 거대 테크(기술) 기업 탄생의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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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10년이 지난 2018년 2월 열린 'MWC 2018'은 전 세계가 5세대(5G) 통신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전 세계 IT 기업들과 SK텔레콤·KT·오렌지 등 통신 업체들은 5G 기술을 이용해 가상현실·인공지능·로봇·드론 등 다양한 첨단 서비스를 시연하며 10만명의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5G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에 전통적인 산업 경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BMW·도요타·벤츠 등 자동차 업체들도 MWC에서 다양한 커넥티드카(인터넷으로 연결된 차) 기술을 선보이며 전시회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5G는 산업과 생활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뤄낼 것"이라며 "5G 시장 선점에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5G 기술 선점이 곧 미래 시장 선점


    5G 통신은 현재의 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데다 지연이나 끊김도 거의 없다. 아무리 먼 거리에 있어도 '찰나'의 지연조차 없이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5G 통신망이 구축되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TV 등 집안 전자제품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이를 통제하는 '스마트홈'이 본격적으로 구현된다. 나아가 자동차와 건물, 공장, 도시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스마트 시티'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국내 테크 기업들은 2025년 7900억달러(약 85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5G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5G 통신 장비와 네트워크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대거 선보였다. 또 수만 관중이 운집하는 경기장에서의 초고속 통신, 달의 미세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는 4D(4차원) 가상현실 체험 등을 시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5G 상용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김영기 삼성전자 사장은 MWC 현장에서 "5G 시대에는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5G 장비와 스마트폰·반도체 칩셋 기술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5세대(5G) 경쟁이 벌어졌다. (위 사진부터)SK텔레콤 홍보 모델들이 5G 무선 전송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삼성전자의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하는 관람객, '5G 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 화웨이 부스./SK텔레콤·삼성전자·블룸버그


    LG전자는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 퀄컴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차근차근 확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경기도 과천의 일반 도로에서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 시험을 마쳤다. LG전자 관계자는 "LTE보다 전송 속도가 빠른 5G가 본격화되면 도로 위의 차량 전체를 한꺼번에 통제하면서 완벽한 안전운행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는 올해 MWC에서 각각 '퍼펙트 5G'와 '세계 최초 5G'를 주제로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전시장에 360도 5G 영상통화를, KT는 여러 대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합성해 송출하는 5G 방송 중계를 시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전 세계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세계 최초 5G 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열해지는 한·중·일 5G 삼국지


    한국 테크 기업들은 5G 시대를 맞아 중국·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MWC의 부대행사인 'MWC 글로모 어워즈'에서 8관왕으로 최다상을 수상했다. '최고 모바일 기술 혁신', '최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혁신'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는 "화웨이가 글로벌 5G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5G 기술 개발과 망 구축에 무려 1800억달러(약 196조원)를 쏟아붓고 있다.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등 일본 3대 통신 업체는 2023년까지 460억달러(약 51조원)를 5G 망 구축에 투자한다. NTT도코모는 이번 MWC에서 5G 망을 이용해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 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경쟁은 통신망 구축을 누가 먼저 하느냐 뿐만 아니라 누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느냐도 중요하다"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5G 활용 분야에도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