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네이버·넷마블... '소프트 공룡'들 새집 짓는다

    입력 : 2018.02.20 09:19

    [공간 부족 해소하고 인재 유치, 지역 랜드마크로 홍보 효과도]


    엔씨소프트, 판교역 인근 부지에 제2 사옥 짓기로 성남시와 MOU
    네이버, 분당 그린팩토리 옆에 비슷한 크기의 쌍둥이 빌딩으로
    넷마블, 구로 G밸리에 지스퀘어… 게임 박물관·컨벤션센터 들어서
    카카오도 사옥 신축 가능성 커져


    국내 인터넷·게임 업계에 신사옥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과 게임업계 각각 1위인 네이버와 넷마블게임즈가 신축 공사에 한창인 가운데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도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신사옥 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판교에서 사옥을 사들인 넥슨처럼 빌딩 매입에 나서는 IT(정보기술) 업체도 속속 나온다. 올 4월 제2 판교테크노밸리 분양을 앞두고 신사옥 마련에 나서는 기업이 더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텐센트 등 해외 기업들이 글로벌 IT 호황을 발판으로 주도해온 신사옥 건설 붐이 국내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는 19일 "유례없는 흑자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서 반도체 공장 증설에 나서 듯이, 사옥 신축은 한국 인터넷과 게임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자금이 풍부한 기업들이 자산 투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옥 건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판교에 제2 사옥 추진


    엔씨소프트는 지난 12일 판교역 인근 공영 주차장 부지에 글로벌R&D(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하고 성남시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 사옥 대지 면적(약 3500평)의 2배를 웃도는 2만5720㎡(약 7794평) 부지에 2022~2023년까지 신사옥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인력 규모가 급증하면서 공간 부족 현상이 심각해져 신사옥 건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기존 서울 강남 사옥의 3배 규모인 판교 사옥을 새로 지었을 때만 해도 2100여 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작년 말 3500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작년 4월부터는 600여 명이 현 사옥 인근의 대기업 R&D 센터와 오피스 빌딩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6년 말부터 본사 바로 옆 공터에 제2 사옥을 신축 중이다. 2020년 말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은 기존 사옥보다 1.6배 정도 넓은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29층 규모로 세워진다. 수용 인력도 현 사옥(3000여 명)보다 많은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 1위에 올라선 넷마블도 작년 말부터 4000억원을 들여 서울 구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지스퀘어를 신축하고 있다. 카카오도 신사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초 디자인 전문가인 조수용 부사장이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되면서 한층 무게가 실린다. 조 부사장은 광화문 D타워, 영종도 네스트호텔, 여의도 글래드호텔 등 유명 건축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7개 층을 임차한 판교 H스퀘어에서 2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카카오 내부에서도 사옥 신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역 랜드마크 만들기 경쟁도


    사옥 신축에 나서는 기업들은 공간 부족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우수 R&D 인력 유치, 지역 랜드마크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새 사옥은 R&D 핵심 기지일뿐 아니라 판교밸리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사옥인 판교R&D센터도 회사 이름의 N과 C를 본뜬 독특한 형상 덕에 판교의 랜드마크로 불린다. 성남시와 엔씨소프트는 새 사옥을 인근 주민들이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제2 사옥은 2010년 입주한 현 사옥(그린팩토리)과 비슷한 쌍둥이 빌딩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회사뿐 아니라 소상공인·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창작자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지스퀘어에도 게임 박물관·R&D센터·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 구로 지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수도권 신사옥은 우수 인재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개발자들이 한곳에 모여 근무하게 되면 R&D 집적(集積)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