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兆 시장... 세뱃돈도 모바일 상품권으로

    입력 : 2018.02.14 09:13

    [명절 새로운 문화로 확산]


    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시장 1위… 작년 1700만명이 '선물하기'
    네이버도 기프트카드 선보여, 치킨·커피 결제 가능… 5% 적립
    구하기 어려운 신권 대신 간편한 모바일 송금도 늘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 기업과 통신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 명절 때 현금 대신 모바일 상품권을 선물로 주는 문화가 번지자 카카오·네이버·SK플래닛 등 모바일 상품권 업체는 다양한 기획 상품과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물론이고 편의점 상품권, 문화 상품권, 게임 이용권, 케이크 교환권 등을 10~25% 싼값에 내놓거나 결제 시 일정 금액을 돌려주기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상품권 규모는 작년 1조원 안팎이었고 오는 2020년에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뱃돈 대체하는 모바일 상품권…2년 내 2조원 시장으로 팽창 전망


    현재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 1위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2014년 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출시해 현재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1700만명이 카카오의 모바일 상품권을 샀다. 카카오가 진입하기 전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제과 업체 등과 제휴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SK플래닛의 기프티콘과 KT엠하우스의 기프티쇼는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엔 네이버도 '네이버페이 기프트카드'를 출시하며 모바일 상품권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네이버페이 기프트카드를 내놓은 네이버는 출시 후 첫 설을 맞아 톡톡 튀는 설날 메시지와 5% 적립 등 혜택을 내세워 세뱃돈 고민에 빠진 30~40대 공략에 나섰다.


    각종 모바일 상품권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설 특수를 누리고 있다. 11번가는 작년 설 연휴 기간 모바일 상품권 거래액이 2015년보다 9배 뛰었다. 고객 한 명당 14만2000원어치의 모바일 상품권을 샀다. G마켓도 작년 모바일 쿠폰 판매량이 2015년보다 41% 올랐다. 올해는 빵 교환권, 문화 상품권, 외식 상품권이 인기다. 11번가의 관계자는 "설날 선물을 미리 못 보낸 고객들이 연휴 직전에 모바일 상품권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하기 어려운 신권 대신 간편한 모바일 송금


    모바일 상품권은 설날 세뱃돈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예전처럼 은행에서 미리 1만·5만원 새 돈을 세뱃돈으로 마련하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세뱃돈도 화폐 단위와 상관없이 7000~8000원의 소액 상품권에서 3만~4만원까지 다양한 것도 장점이다. 설날 은행의 신권 발행도 줄고 있다.


    마포구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설날 직전에는 5만원 신권이 다 소진돼 구하기 어려웠는데 올해는 찾는 사람이 적어 아직도 한참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2년 전만 해도 이맘때 신권으로 바꿔 가려는 고객 대기 번호가 300번까지 나왔는데, 올해는 150번대까지 줄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상품권이 명절뿐만 아니라 생일, 입학·졸업, 밸런타인데이 같은 각종 기념일 선물로도 계속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모바일 상품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과거의 커피숍 이용권 정도에서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올리브영 사용권' '동네 맛집 이용권', 10~20대 남성을 위한 '게임 상품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 전화번호만 알면 현금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송금도 이런 모바일 상품권과 같은 맥락에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는 13일부터 일주일간 세뱃돈 보내면 현금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카카오톡 내에서 카카오페이로 설날 축하 메시지와 함께 송금을 하면 무작위로 추첨해 1원, 777원, 2018원, 9010원을 입금해 준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주고받지 않는 문화가 번지면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모바일 상품권은 앞으로 종류와 구매처가 늘어나 각종 기념일이나 받는 사람 취향에 따라 딱 맞춘 모바일 선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