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포지수... 주식 고수도 전망 엇갈려

    입력 : 2018.02.13 09:43

    골드만삭스 레빈 본부장 - "공포에 의한 투매 따라온다"
    짐 로저스 - "지금은 어떤 주식도 사지마라"
    라가르드 IMF 총재 - "약간의 조정은 오히려 환영"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오던 글로벌 증시가 최근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기업 실적이나 경기 상황이 크게 나빠진 것도 아닌데 벌어지는 현상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증시 조정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불안할수록 올라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변동성(VIX)지수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일주일 전보다 2배 넘게 오른 29.06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고, 뉴욕 증시는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지난주 3대 지수 모두 5% 넘게 급락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증권 트레이더가 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급등락을 거듭하는 미국 증시는 이날 반등했고, 그 영향으로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9일) 대비 21.61포인트 오른 2385.38에 마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내 증시도 주저앉았다. 지난달 29일 각각 사상 최고치(2598.19)와 16년 만의 최고점(927.05)을 찍었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열흘 만에 9% 넘게 하락했다. 특히 코스닥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올 들어 두 번째 사이드카(주가가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 동안 정지시키는 것)가 발동됐다.


    갑작스러운 폭락에 한쪽에서는 "그동안 지나치게 올랐던 증시가 건전한 조정을 받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반대쪽에서는 "이번 폭락이 며칠 내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엇갈린 전망에 투자자들도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전한 조정"이냐 "더 큰 폭락"이냐


    "주가 하락이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들은 그동안 세계 주식시장을 견인해온 저금리와 유동성(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의 밥 프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시장이 오랫동안 자아도취돼 있었다"며 "이번 폭락이 며칠 만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이고, 증시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브라이언 레빈 트레이딩 본부장도 고객들에게 "증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충격 뒤에는 '패닉 셀(공포감에 의한 투매)'이 따라온다"며 "진짜 바닥을 보기 전까지 저점 매수 전략은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주식 시장의 가파른 조정과 변동성 확대는 그다지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놔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변동성이 다소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증시가 매우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기 때문에 그 정도 조정을 받은 것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표와 기업 실적 등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곧 조정을 끝내고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디어 쿠퍼 베어링 글로벌 주식 부문 대표는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성장, 신흥국 기업의 실적 회복, 미국 세제 개편 등 긍정적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과 같은 조정을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투자자들은 경계 태세


    전문가들이 상충된 전망을 내놓자 투자자들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 시각)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펀드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1주일간 신흥시장 펀드 신규 유입 금액은 1940만달러(약 210억원)에 그쳤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어떤 나라의 주식도 살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지수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해 불확실성이 없어져야 어느 쪽으로든 미국 증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불안 심리 여파에 당분간 국내 증시도 지속적인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