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전기차, 10억년간 태양계 돈다

    입력 : 2018.02.08 09:20

    아폴로 11호 쏘아 올렸던 발사대에서 '팰컨 헤비' 발사
    머스크 "꿈 같은 일이 일어났다"… 화성 도달에 1년 가까이 걸려
    올해 일반인 달 여행 추진하고 2024년 화성 有人 탐사선 발사


    '혁신가'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오랜 꿈인 유인(有人) 화성 탐사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람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초대형 우주로켓 '팰컨 헤비(Falcon Heavy)'의 첫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올해부터 진행할 달 관광과 최종 목표인 인류의 화성 이주 사업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전기車가 우주로 날아갔다 - 실리콘밸리 최고의 혁신가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프로젝트의 첫 삽을 떴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는 7일(한국 시각) 화성 탐사용으로 제작한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의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은 로켓 상단에 실린 머스크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캡처한 모습.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이 앉아 있다. /스페이스X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7일(한국 시각) 오전 5시 45분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 헤비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강풍으로 발사가 예정보다 2시간 지연됐지만 팰컨 헤비는 강력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갔다. 이날 발사 후 1단 보조 로켓 2개는 지상으로 귀환했으며, 향후 다른 로켓 발사에 재사용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로켓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이제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더 큰 규모의 수송 시스템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아폴로 달 탐사 후 가장 강력한 로켓


    팰컨 헤비는 1973년 퇴역한 미국의 '새턴 5호' 이후 가장 강력한 우주로켓으로 꼽힌다. 1970년대 미·소 간 달 탐사 경쟁이 끝난 이후 우주 선진국들은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거나 국제우주정거장을 오가는 정도의 우주로켓만 운용했다. 하지만 최근 달·화성 탐사가 재개되면서 우주인을 실어 보낼 초대형 로켓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팰컨 헤비는 엔진의 추력(推力·위로 밀어올리는 힘)이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새턴 5호의 60% 수준이지만 현재 미국이나 유럽·러시아 등에서 운용하고 있는 다른 로켓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최고경영자)는 7일(한국 시각) 초대형 로켓 '팰컨 헤비'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발사로 어떤 어려운 일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왼쪽 사진). 로켓 상단 부분에 실린 테슬라 전기차 '로드스터'는 카메라에 담겨 지상에 생중계됐다(오른쪽 사진). /UPI 연합뉴스·스페이스 X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 3기를 묶어 총 27개 엔진을 장착해 한 번에 보잉 747 여객기 18대를 합친 것과 맞먹는 약 2300t의 힘을 낼 수 있다. 로켓 내부에 실을 수 있는 최대 적재량(약 64t)도 다른 로켓에 비해 2~3배 많다.


    팰컨 헤비는 이날 지구를 벗어나면서 하단 로켓과 보조로켓 2개 등 3개의 추진체를 분리했다. 로켓 상단 부분만 화성을 향해 날아간다. 구체적인 화성 도달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머스크는 로켓 상단에 자신이 운영하는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실었다. 머스크는 "로드스터는 지구에서 2억2500만㎞ 떨어진 화성 궤도에 도달한 후 태양을 타원궤도로 돌며 10억 년 동안 우주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팰컨 헤비'가 강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사람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 개발한 팰컨 헤비는 아폴로 달 탐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로켓으로 주목을 받았다. /AP 연합뉴스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팰컨 헤비 개발을 시작했다. 스페이스X는 올해 이 로켓을 이용해 두 명의 우주관광객을 달 궤도로 보내는 여행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로켓 크기를 더 키워서 오는 2024년에는 유인 탐사선 레드 드래건을 싣고 화성으로 발사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민간 우주시대 열려


    팰컨 헤비가 발사된 장소는 지난 1969년 NASA(미 항공우주국)가 새턴 5호로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렸던 39번A 발사대였다. 전문가들은 49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민간 로켓 발사가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이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면서 정부 기관이 주도했던 우주 개발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발사 후 회수한 로켓으로 만든 재사용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민간 기업 한 해 최다 로켓 발사 기록(18회)도 세워 NASA 못지않은 발사체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세운 '블루 오리진'도 2020년 발사를 목표로 45t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우주 로켓 '뉴 글렌(New Glenn)'을 개발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강점은 빠른 기술 개발 속도와 저렴한 발사 비용이다. 팰컨 헤비는 현재 NASA가 운용 중인 델타 4호보다 2배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추력을 내면서도 발사 비용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로켓 재사용을 통해 비용을 크게 낮춘 덕분이다. NASA가 달과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초대형 로켓인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보다도 훨씬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석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사업자들이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로켓 발사 비용을 낮춘 덕분에 화성 탐사와 달 여행도 더 이상 꿈이 아닌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