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더 이상 울지않으리

    입력 : 2018.02.08 09:08

    [네이버·카카오 대대적 일본 공략 나서]


    네이버, 검색 시장 다시 노크… '라인' 성공 이끈 신중호가 리더
    카카오, 실탄 1조원 확보… 음악·게임 분야 진출 시도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대대적인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성공시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주력 사업인 '검색' 시장에 재도전한다. 카카오는 연내 일본 음악과 게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일본 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 시장에서 신규 서비스를 성공한 뒤, 동남아·유럽·북미 등으로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일본 검색 시장, 카카오는 음악·게임 시장 진출


    네이버는 이달 1일 자로 일본 검색 시장 진출을 담당할 신규 조직 '서치앤클로바'를 출범했다. 검색 기술의 연구개발과 운영을 담당해온 '서치(검색)'팀과 인공지능 기술 개발 조직인 '클로바'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신규 조직에는 700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이 배치됐다. 이 조직은 앞으로 음성과 사진을 인식해 정확한 검색 결과로 보여주는 인공지능 기반의 신규 검색 기술을 개발해 일본에 내놓을 계획이다. 서치앤클로바의 리더(팀장격)는 신중호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CGO)가 맡았다. 신 리더는 검색기술 벤처인 '첫눈' 창업자 출신으로, 2010년대 초 라인의 일본 성공을 이끈 주역이다.



    카카오는 최근 확보한 해외 투자 자금 1조원을 활용해 일본에서 음악·게임 등 콘텐츠 신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 달 취임하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내정자들과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일본 진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카카오 창업자)은 작년 11월 카카오재팬의 이사로 취임한 상태다. 현재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화앱 픽코마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과 게임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것이다. 디지털음원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는 자(子)회사 카카오엠(옛 로엔)과 게임업체 카카오게임즈의 역량을 일본 시장에 집중시킬 계획이다.


    ◇검색으로 3번째 도전하는 네이버, 해외 진출에 올인하는 카카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에게 일본 시장은 성공과 좌절을 모두 안겨준 곳이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 창업 초기였던 2000년에 일본 법인 네이버재팬을 설립했고, 다음 해 포털 '네이버재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 포털인 야후재팬의 벽에 부딪혔고 2005년 네이버재팬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 창업자는 2009년에 다시 네이버재팬 시험판을 공개했다. 이듬해 일본 현지 포털인 라이브도어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2013년 다시 검색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창업자는 이후 모바일메신저로 방향을 전환해 라인을 일본을 대표하는 모바일 메신저로 키웠다.


    네이버의 일본 검색시장 3번째 도전의 실무 총책을 맡은 신중호 CGO는 라인 성공의 1등 공신이다. 작년 7월 라인이 상장했을 때 이해진 창업자보다 2배나 많은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네이버로서는 신중호 CGO를 내세워 다시금 일본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네이버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기존 검색 시장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검색이라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며 "73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라인 이용자들이 신규 진출을 돕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꼭 풀어야 할 숙제다. 김범수 의장은 과거 NHN(현 네이버의 전신) 대표였던 2000년대 중반, 중국 법인과 미국 법인 설립을 주도했을 정도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주변에 입버릇처럼 "글로벌에서 성공해야 진짜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 의장은 3년 전 김재용 네이버재팬 크리에이티브센터장을 카카오재팬의 대표로 영입했고 김 대표는 만화앱 픽코마를 하루 일본인 100만명이 찾는 인기 앱으로 키웠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카카오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1조원 해외 투자 유치도 만화앱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진 김 창업자가 대대적인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의 일환"이라며 "일본 기업이나 일본 진출에 도움이 될 기업도 적극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