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까지 진출... 아마존이 안하는 건 뭘까

    입력 : 2018.02.07 09:29

    [오프라인 공략하는 아마존]


    - 아마존 임직원 수 54만명
    임직원 전용 보험서비스 개발, 불필요한 비용 최대한 줄여
    기존 보험업체 주가 4~5% 폭락


    - 오프라인 산업으로 침공
    클라우드·AI스피커 등 기존에 없던 영역 속속 개척
    무인매장 이어 美산업계 흔들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보험·헬스케어 업계를 뒤흔든 발표가 하나 있었다.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미국 최대의 재벌 기업인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임직원 전용 보험·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들 3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임직원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합작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아마존의 발표 이후 미국 보험·헬스케어 업종 기업들의 주가는 나란히 4∼5%씩 폭락했다.


    올해 미국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기업은 단연 아마존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기업들이 가짜 뉴스 논란,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은 기존 전자상거래·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등 IT 분야를 넘어 오프라인 기반의 기존 산업계에도 발을 뻗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시애틀 본사에 문을 연 무인(無人) 매장인 '아마존 고'에 이어 보험·헬스케어 산업에도 진출하면서 수십년간 고착돼왔던 미국 경제의 산업구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2018년은 아마존 시대를 여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도 실패한 보험·헬스케어 혁신 나선 아마존


    이번에 아마존이 추진하는 것은 기업 임직원용 보험·헬스케어 서비스다. 아마존과 함께 JP모건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가 합작회사를 만들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가(低價)에 병원 진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9일 미국 시애틀의 인공 정원 '스피어(Spheres)' 개장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사명(社名)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보험·헬스케어 산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우선 3사의 임직원 수를 모두 합치면 100만명이 훌쩍 넘을 정도로 고객 규모가 엄청나다. 아마존은 현재 임직원 수만 54만명이 넘고, 앞으로 10만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계획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버크셔 해서웨이 역시 임직원 수가 각각 36만명, 25만명에 달해 합하면 총 100만명 이상에게 새로운 보험·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마존 연합은 우선 아마존의 클라우드·인공지능(AI)으로 임직원들의 건강 데이터를 관리·분석하고, JP모건체이스가 재무적인 부문을 담당하고, 보험 영업 등 나머지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계열사들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발표한 서비스는 치료비·보험료 등의 절감을 가장 큰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보험료를 최대한 줄여 임직원들에게 소득증대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3사는 향후 기업용 보험 서비스를 다른 기업들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존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 아마존 연합의 보험 서비스를 쓸 경우, 기존 보험·헬스케어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 보험업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미국의 보험산업은 그동안 산업계의 기생충 같은 존재였다"며 "보험료 상승은 어느 누가 집권하더라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문제만 야기해 왔을 뿐 해결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지난달 23일 문을 연 미국 시애틀 시내의 인공(人工) 정원. '구(spheres·球)'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아마존 본사의 상징물이다. /블룸버그


    이번 시도에 대해 미국 산업계는 오랫동안 병폐로 지목돼왔던 보험·헬스케어 산업이 과연 변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오바마 케어 정책을 통해 민간 보험료 하락 등을 추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 역시 유통의 근간을 흔드는 기술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350만명에 달한다. 아마존 고가 미국 전역에 깔릴 경우 350만명의 일자리가 고스란히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현재 이 설루션을 자체 사업을 통해 확산하기보다는 다른 유통 기업에 관련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판매하는 식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스스로 사업을 하는 것에 비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은 덜 받고, 확산 속도를 훨씬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인 셈이다.


    ◇개척 대신 침공 나선 아마존


    이번 JP모건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와의 연합은 아마존의 사업 전략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그동안 아마존은 전자상거래·클라우드·AI 스피커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제품군(群)을 만들어 성공을 거둬왔다. 매출이 매년 급성장하더라도 이익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최첨단 기술 개발, 신사업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세계 1위 AI 스피커 업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작년 홀푸드마켓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기존 오프라인 산업에 대한 침공을 선언했다. 그동안 기술 개발 등에 주력했던 투자를 앞으로는 기존 산업 진입에 쓰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선택한 산업군이 아마존의 방대한 고객군과 임직원 수를 활용할 수 있으면서, 수십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유통·보험·헬스케어 분야인 것이다. 그 외에도 물류·콘텐츠 등 기존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끌어모은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다양한 산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에 있는 물류 창고의 자동화는 물론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최신 물류 운송 기법 등을 테스트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아마존의 유료 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시작한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디즈니 등 기존 콘텐츠 업체는 물론, 넷플릭스·훌루 등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들과도 경쟁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 분석업체인 CB인사이츠는 "아마존은 기존의 모든 규칙을 깨부수고 있는 기업"이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도 겪었지만, 과감한 추진력으로 진출하는 산업마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