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내렸지만, 통신3사 장사 잘했다

    입력 : 2018.02.06 09:26

    [작년 뜻밖의 선방… 비결은]


    데이터 사용 늘어나는 추세 반영
    혜택 많은 '고가 요금제' 내놓고 인터넷TV·주문형 비디오 성장
    사물인터넷 기기 확산도 한몫


    업계 "일시적 현상인데…" 난감
    통신비 인하 압박 더 거세질 듯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 추진에도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모두 선방한 실적을 내놓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이 17조5200억원으로 지난 2016년보다 2.5% 증가했다고 5일 공시했다. 영업이익(1조5366억원)은 2016년보다 0.1% 늘면서 4년 만에 감소세를 벗어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 지난해 매출이 2016년보다 7.2% 증가한 12조2794억원, 영업이익은 10.7% 늘어난 8263억원이라고 밝혔다. 6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KT 역시 매출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신업계는 선택 요금 할인율 상향이 도입될 때만 해도 "매출 감소로 각종 투자가 위축되고 오히려 고객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지난해 '호(好)성적'을 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신 이용자들의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에 맞춘 '고가 요금제'로 대응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TV(IPTV)와 사물인터넷(IoT) 등 신(新)산업 부문의 약진도 한몫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선방으로 통신업체들을 향해 더 많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이 더 세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가 요금제 마케팅과 신사업 약진이 요인


    통신업계 실적 선방의 첫째 요인인 고가 요금제 마케팅은 이용자들에게 월 요금이 이전보다 더 할인된다는 점을 앞세워 데이터 용량과 혜택이 더 많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것을 말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휴대전화기를 살 때 소비자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매월 통신 요금 할인율이 20%에서 25%로 오른 상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무선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전체 LTE(4세대 이동통신) 중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30%를 처음 넘어섰다. 지난 2014년 4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그해 6월 가입자 비율이 8.3%에 불과했지만, 2016년 3월 처음으로 20%를 넘었고, 지난해 12월 30.2%를 기록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월 8만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지난해 3분기 3% 이내였지만, 4분기에 10%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9.2% 증가하기도 했다.


    실적 증가에는 인터넷TV와 VOD(주문형 비디오) 부문 성장, 사물인터넷 기기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내에서 인터넷TV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매출이 2016년보다 3.6% 증가한 3조501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인터넷TV 가입자가 354만명으로 2016년보다 15.6% 늘어났다. 이에 인터넷TV 매출도 2016년보다 21.8% 급증한 7456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시민단체 '통신비 인하' 요구 더 거세질 듯


    하지만 정부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월 3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해야 가능했던 통신 서비스(1GB·음성 통화 200분)를 월 2만원대에서 제공하는 내용의 '보편 요금제'를 연내 도입하라는 요구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공개되면서 지금까지 통신 3사의 주장이 결국 '엄살'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며 "통신업체들이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선 "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월 통신요금 25% 할인 등은 지난해 9월부터 도입된 만큼 그 영향이 아직 제대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올 3월쯤부터는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월 1만1000원을 감면하는 정책도 시행될 예정인 만큼 점점 통신업계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연결 실적에서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SK텔레콤 영업이익은 1조6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