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촉' 왔어요... IT 3인방 모두 거래소 열었다

    입력 : 2018.02.01 10:03

    [카카오 업비트, 넥슨 코빗 이어 네이버, 日에 라인파이낸셜 설립]


    과감한 김범수, 초창기부터 투자… 타이밍 잰 김정주, 열풍 직전 진출
    신중한 이해진, 가장 늦게 뛰어들어… 3社 "투기? 신기술에 기회 있다"


    네이버가 31일 일본 가상 화폐 거래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의 일본 자(子)회사인 라인은 지난달 10일 일본 내 가상 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에 앞서 카카오와 국내 대표 게임업체 넥슨도 이미 가상 화폐 거래소를 인수하거나 대규모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다.


    이 3개 회사는 모두 "가상 화폐와 블록체인(분산저장 거래시스템)이라는 신기술이 가져올 기회를 찾는 것"이라며 "단순히 가상 화폐 투기에 편승해 수수료 수익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가상 화폐 폐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대표 인터넷·게임 기업을 이끄는 3인방이 모두 가상 화폐라는 새로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이해진(네이버)·김범수(카카오)·김정주(넥슨) 창업자는 누구보다도 신기술과 돈의 흐름에 민감한 경영자들"이라며 "가상 화폐 시장에 이들 3인방이 뛰어든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일본 가상 화폐 시장 진출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가상 화폐 진출은 예견됐으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경영 스타일 때문에 예상보다 늦었다는 평가다. 이해진 창업자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을 지낸 부친의 영향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는 식이다. 뒤늦게 출발해도 특유의 철저함으로 앞선 기업을 따라잡아 왔다.



    실제로 네이버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을 활용해 단숨에 가상 화폐 시장을 접수할 수 있다. 라인 이용자들에게 가상 화폐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결제하는 편의를 제공하면서 가상 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라인의 힘은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에서도 입증됐다. 라인페이는 작년 이용자 수 4000만 명에 연간 결제액 4500억엔(약 4조42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창업자가 한국이 아닌 일본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이런 판단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은 현재 일본 금융청에 가상 화폐 교환업자 등록을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규 법인은 가상 화폐의 거래와 유통을 하지만 직접 가상 화폐를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가장 빠른 김범수, 타이밍은 김정주


    가상 화폐 거래소 투자는 과감한 스타일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훨씬 빨랐다. 그는 2013년 카카오의 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2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카카오 등 계열사가 지분을 매집해 현재 두나무 지분의 25.8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 대표를 지냈던 이석우 대표가 두나무 대표로 선임됐다. 두나무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적자에 허덕였지만 작년 가상 화폐 열풍을 타면서 수천억원대 수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하루 평균 거래액이 5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가상 화폐 열풍이 불어오기 직전인 작년 9월, 넥슨의 지주회사인 엔엑스씨(NXC)를 통해 국내 3위 가상 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65.19%를 913억원에 인수했다. 최고의 투자 타이밍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김 창업자는 가상 화폐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를 만나면서 철저하게 가상 화폐를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가 코빗을 인수했을 때 가상 화폐 업계는 파격적인 인수가에 술렁이기도 했다. 코빗은 2016년만 해도 매출이 7억원에 불과한 데다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코빗은 NXC에 팔린 이후 급성장했고 작년 9~12월 4개월 동안에만 수수료 수익으로 800억~900억원을 벌었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가상 화폐 시장을 이들 3사가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털·모바일메신저 등에서 확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 3사의 후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온라인 쇼핑업체 위메프가 코빗과 가상 화폐로 물건을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 넥슨이 있다는 설(說)도 있다.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위메프에도 1000억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다.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둔 업비트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끌어들이면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가상 화폐와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은 1월 30일(현지 시각) "앞으로 가상 화폐와 관련된 광고는 페이스북에 싣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