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저가공세에... 삼성전자, 인도 시장서 1위 내줬다

    입력 : 2018.01.26 09:23

    스마트폰 연간 1억대 팔리는 세계 2위 시장서 2011년 이후 처음
    중국 샤오미,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편의기능 탑재해 공략
    삼성 "갤럭시S9 공개 앞당기고 마진율 큰 프리미엄 시장 집중"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연간 1억 대 이상 스마트폰이 팔리는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빼앗긴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내수 시장을 벗어나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이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까지 급속히 확대되면서 삼성전자는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한번 기세가 꺾이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저가 제품군에선 중국과 경쟁이 버거운 만큼, 마진율이 큰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1위 위협받는 삼성전자


    홍콩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23%를 기록, 샤오미(25%)에 역전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영국 카날리스도 작년 4분기 샤오미의 인도 시장 출하량을 820만 대, 삼성전자의 출하량을 730만 대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인도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해 왔다. 샤오미는 2016년 4분기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이 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삼성을 턱밑까지 쫓아오더니 4분기에는 1위로 올라섰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샤오미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유통망 확장 전략을 내세워 인도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끝냈다"면서 "샤오미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편의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 시장에서는 레노버(6%), 비보(6%), 오포(6%) 등 다른 중국 업체들이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2위 시장인 인도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며 "삼성전자가 단순히 중저가 시장 한 곳을 내주는 것 이상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샤오미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임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 4분기 샤오미에 1등을 내줬다. /사진=블룸버그, 그래픽=김현지


    실제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4.7%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의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6년 만에 20% 밑으로 떨어져 19.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이다. 화웨이는 이미 10%를 넘어섰고, 오포와 샤오미는 올해 7%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 세계 스마트폰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70%가 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1.6%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인 미국에서는 애플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CIR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39%, 삼성전자가 32%이다.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X(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점유율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이다.


    ◇신제품 출시 앞당기고, 폴더블 개발 서두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신제품 출시 시기를 앞당기고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5일 국내외 언론에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의 언팩(제품 공개) 행사 초청장을 보냈다. 다음 달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제품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전작인 갤럭시S8을 지난해 3월 말에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을 한 달 이상 앞당기면서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노트9 역시 출시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와 동남아 같은 신흥 시장은 중저가 제품에 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 출시할 계획인 폴더블(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가 달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현재 스마트폰은 차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마케팅이나 단순한 신제품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내놓거나 좀 더 발전한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다면 과거처럼 경쟁 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