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이라 쓰고 '감사'라고 읽는다

  • 유하나 한국상하수도협회 사원

    입력 : 2018.01.22 09:44

    유하나 한국상하수도협회 사원

    2011년 3월 11일 오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족은 물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일본 유학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이유는 바로 식(食) 때문이었다.


    괴상한 모양의 농산물과 사고 당시 피폭을 당한 사람들의 영상이 SNS를 통해 유령처럼 돌아다녔고, 일본 내외부로 후쿠시마 지역품은 물론 일본산 농축산식품과 공업용품에 대해서까지 불신이 넘쳐났다. 특히 마실 물에 대한 불안이 가장 컸었는데 당시 후쿠시마 수돗물에서 세슘 성분이 검출 됐다는 기사가 연일 끊이지 않았다. 나의 유학 결정 이후 부모님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내가 가는 곳은 원전 사고지로부터 570km나 떨어진 간사이 지방이었지만 주변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모든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살 집을 구해 세간을 꾸리고 낯선 곳에서 밥을 지어먹은 첫날이었다. 수돗물로 쌀을 씻으려다 멈칫했다. 가족과 친구들을 애써 안심시키고 유학길에 오른 나였지만 막상 '이 물을 먹어도 되는 걸까?' 불안했다. 한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수돗물이 한없이 그리웠다. 수돗물이 이렇고 저렇고 투정부리던 날들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후 일본 유학생활에서 생수는 필수품이 되었다. 물을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밥을 할 때도 일본이 아닌 국가에서 생산한 생수를 사용했다. 음식물 조리에 사용할 물까지 사서 마시는 것은 정말 큰 부담이었다.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없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만성 스트레스로 변모할 즈음 나는 무사히 졸업을 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돌아와 나는 가장 먼저 수돗물을 받아 마시고, 수돗물로 음식을 조리하고, 욕조에 수돗물을 가득 받아 목욕을 했다.


    이후 나는 수돗물에 대한 기사나 정보를 일부러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심지어 수돗물과 관련한 곳에 취직까지 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 수돗물은 생각보다 아니 그 이상 정말 괜찮았다. 수돗물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지역별로 최대 270개 항목에 대해 정기적인 검사가 실시된다. 강이나 호수 등 원수 품질 향상을 위해 막대한 예산과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깊은 땅속에 묻혀 있는 노후관 교체를 위한 노력 역시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었다. 집이나 건물 내부에 있는 옥내 급수관 청소나 교체를 원한다면 해당 지역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예산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를 신청하면 친절하게 집으로 방문해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수돗물이 안전한지 검사도 해준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수돗물 요금이 무척이나 저렴하다. 얼마 전 수돗물홍보협의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 국민 92.6%가 수돗물에 대해 만족하거나 별다른 불만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수돗물을 먹는 비율은 49.4%에 그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다. 걱정 없이 수돗물을 사용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2018년 봄 나는 결혼을 하고 주부가 된다.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되는 가족,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수돗물에 대해 그리고 환경과 먹을거리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언제든 마실 수 있는 나라에 살 수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깊게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