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키우려는 LG... CJ헬로 낚아채나

    입력 : 2018.01.22 09:18

    [다시 불붙는 유료방송 재편론]


    케이블 TV 빅5 중 3곳 매물설
    LG유플, CJ헬로비전 인수 땐 유료방송 5위서 2위로 껑충


    2년 전에 인수 실패했던 SKT "우리도 계획 접은 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미디어 사업 확대를 위해 케이블TV 업체 인수에 나서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불과 1년 6개월 전 정부 불허로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케이블TV 업계 1위)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유료방송 시장 재편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현재 LG유플러스의 인수설(說)이 나도는 케이블TV 업체는 CJ헬로비전이다. 만약 성사된다면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가 양축인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이 단숨에 5위(10.4%)에서 2위(23.3%)로 수직 상승한다. 케이블TV 업계에선 CJ헬로비전 외에도 딜라이브·현대HCN 등 '케이블TV 빅5' 중 3곳에 대한 인수·합병설(說)이 계속 나돌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진영의 매출이 통신 3사가 운영하는 인터넷TV 진영에 역전되면서 케이블TV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LG유플, 시장 판도 흔들기 위해 CJ헬로비전 등 접촉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CJ헬로비전뿐 아니라 다른 케이블TV 업체들과 접촉을 시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21일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특정 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이 아니더라도 다른 주요 케이블TV 한 곳만 인수를 해도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에서 경쟁사인 인터넷TV 업체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30.5%)와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일단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인수·합병설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양사 간 협상을 위한 물밑접촉이 있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헬로비전 매각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아 CJ 측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위기의 케이블TV…SKT·KT도 인수전 나설지 주목


    LG유플러스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해 "인터넷TV 업체를 보유한 다른 통신업체들도 케이블TV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유료방송 시장 '빅뱅'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상황을 SK텔레콤이나 KT가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재작년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CJ헬로비전 인수를 어쩔 수 없이 철회했지만 인수 계획을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30.5%) 1위인 KT도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합산규제'가 해제되면 언제든지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합산규제는 오는 6월까지만 효력이 있는 한시 규제다.


    유료방송 업계와 학계에서도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케이블TV의 고사(枯死)를 막으려면 통신업체들이 주축인 인터넷TV가 케이블TV를 인수해 시장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995년 출범한 케이블TV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지난 2014년 이후 가입자와 매출, 영업이익이 한꺼번에 모두 감소세를 보이는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는 인터넷 TV가 등장한 2009년(1514만명)을 정점으로 2010년부터 매년 줄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매출(2조1692억원)이 인터넷TV(2조4277억원)에 처음으로 역전을 당했다. 반면 인터넷TV는 매출이 2014년 1조4872억원에서 2016년 2조4277억원으로 매년 30%에 가까운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 판도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통신 3사의 인터넷TV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케이블TV 업계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가 점유율 규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사업자들끼리 인수·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이 재편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