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日도 "팔자"... 30년 채권강세 막내리나

    입력 : 2018.01.17 09:18

    경기회복·인플레·통화 긴축에 선진국 금리 가파른 상승세
    국내 국고채 금리에도 영향 "대전환으로 보긴 아직 어려워"


    30여년간 이어진 채권 강세장이 막을 내릴까. 최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값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채권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약세장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즉 채권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그만큼 채권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채권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글로벌 물가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이래 인기(채권 가격 상승, 채권 금리 하락)를 누려왔다. 세계적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8%가량 급등(0.14%포인트 상승)하며 2.6% 선에 가까워지자 "채권의 베어마켓(약세장)이 도래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경기 회복·인플레·통화 긴축이 불러온 채권 약세


    지난 12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채 10년물은 2.55%까지 올랐다. 올 들어 9거래일 만에 0.14%포인트나 뛰었다. 미국채 10년물은 지난달 초·중순만 해도 2.3%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금세 2.6% 선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15년 10개월만에…9'00' 돌파 - 16일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매수에 힘입어 코스닥이 9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900선을 넘긴 건 2002년 3월 29일(종가 927.30) 이후 15년 10개월 만이다. 코스닥 시가총액도 319조 47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의 시세판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채권왕(王)' 빌 그로스는 최근의 미국채 흐름을 보고 "장기 채권의 25년 추세(강세장) 선이 깨졌다. 채권 약세장이 확정됐다"고 선언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도 "올해 어느 시점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3.25%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국들의 장기물 금리 상승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을 넘어 확장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기대감,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신호다. 경기가 좋을 때는 채권보다 크게 위험하지 않으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가 많다는 이유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채권이 만기와 금리가 고정돼 있다는 이유로 채권 수요가 줄어든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최근 1~2년 사이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채권을 비롯한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채권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말했다.


    ◇"강세장 끝났다" 장담은 못 해


    '채권 강세장 폐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2016년 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계기로 '채권 약세장' 실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였고, 이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평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당시를 비롯해 과거 몇 차례나 "채권 강세장이 끝났다"고 주장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최근의 채권 금리 인상도 장기 추세화되면서 '대전환'으로 이어지려면 "한참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아직은 많다. 정부나 중앙은행은 각종 규제나 정책 등으로 채권시장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하고, 보험사나 연기금 등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관들은 안전 자산인 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은 "주요 선진국 채권 금리 상승은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장기적으로는 불투명하나 단기적으로는 주요국들의 장기물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인 만큼, 시중금리 인상에 대비한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